부가세 떠넘기고 환급금 꿀꺽…5천억 정부지원 악용하는 수출기업들
by김형욱 기자
2020.02.27 06:00:00
참여기업은 내지도 않은 부가세 환급 받아
손해 떠안은 수행업체 서비스 불성실 이행
"도덕적 해이 악순환 막을 제도 보완 필요"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추진한 수출 마케팅 지원사업 참여 기업들이 정책과제 수행업체에 부가가치세를 떠넘기는 갑질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수출 마케팅 지원사업은 수출 희망기업이 컨설팅이나 통·번역, 현지 홍보·광고, 전시회 참여 등 수출 마케팅 수행기업과 서비스 계약을 맺을 때 정부가 이중 약 70%(업체당 1400만~1억원)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참여기업이 더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1130여개 수출 마케팅 수행업체를 지정했으며 수출기업들이 이중 수행업체를 선택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수출 활성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2018년 3346억원 규모이던 수출 마케팅 지원사업 예산을 지난해 4468억원 규모로 33.5% 늘린데 이어 올해는 14.4% 늘린 5112억원을 예산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참여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은 후 국세청에 내야 할 부가세를 수행업체에 떠넘기는 잘못된 관행이다. 수행업체도 부가세를 떠안은 만큼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질낮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어 ‘수출지원’이란 정부 지원사업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수행업체 관계자들은 “많은 참여기업이 수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당연하듯 부가세 대납을 요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상적인 업체라면 회계 문제 때문에 부가세 대납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당장 작은 매출도 아쉬운 영세 수행업체는 오히려 부가세 대납을 영업 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부가세 대납 관행은 참여기업이 내지도 않은 부가세를 환급받는다는 점에서 탈세의 소지도 있다. 국세청은 법인이 낸 부가세에 대해선 대부분 환급을 해주는데 실제 대납한 수행업체가 아니라 납부를 떠넘긴 참여기업 주머니에 환급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참여기업에 제공하는 ‘바우처’에 아예 부가세를 포함하는 등 편법 운용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하고 있다. 실제 또 다른 정부 온라인 수출지원사업인 ‘고비즈코리아’는 부가세 포함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참여기업이 보조금 지원 통장에 통상 30%인 자부담 비용을 넣을 때 10%의 부가세도 함께 내도록 하는 것이다.
부처별로 산재한 수출 마케팅 지원사업을 통합 관리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코트라)와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제각각 유사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종류도 십수 가지로 늘었다.
유사한 사업이 우후죽순 늘어나다보니 참여기업이나 수행기관은 본인이 어느 부처·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운영하는 ‘수출지원기반 활용사업’ 사이트에서 여러 부처의 사업모집 공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출 마케팅 지원사업 참여 업체들이 부가세를 납부하는 것은 법적 의무사항인 만큼 납부방식을 변경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며 “현장 지적사항을 반영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