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천년고찰에서 '꽃 중의 꽃'을 마중하다
by강경록 기자
2020.02.14 06:00:00
경남 양산 통도사 탐매 기행
통도사에는 이름난 홍매 세그루 있어
영각 앞 지장매, 2월 중순부터 개화
부처 진신 사리 모신 불보사찰 ‘통도사’
김정희, 흥선대원군 명필 현판도 꼭 봐야
| 경남 양산 통도사 자장매. 수령 370년 정도된 이 매화나무는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법명에서 비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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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꽃 중의 으뜸 꽃’이라 불리는 매화. 가장 진한 향기와 화사한 빛깔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 매화다. 전남 광양·해남 등의 대규모 매실농원들이 유명하지만, 경남 동부지역에도 볼만한 매화 경관들이 있다. 경남 양산의 대가람, 통도사가 대표적이다. 사찰 마당에 핀 매화를 들여다보고 향기를 맡다 보면, 추위 속에서도 일찌감치 ‘탐매’한 선인들의 마음이 짙게 다가온다. 절집 가득한 그윽한 꽃향기를 맡으러 경남 양산으로 향한다.
| 경남 양산 통도사 자장매. 수령 370년 정도된 이 매화나무는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법명에서 비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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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 터트린 지장매, 그윽한 향기로 절집을 채우다
경남 양산 통도사. 2월 중순 통도사를 찾아가는 것은 매화를 만나기 위함이다. 통도사는 전남 순천 선암사처럼 경내에 매화나무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매화로 유명한 것은 추위가 다 물러가기 전에 일찍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통도사에는 이름난 홍매 세 그루가 있다. 극락전 옆에 두 그루가 있고, 영각 앞에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극락전 옆 두 그루 중 하나는 매우 연한 분홍색(홑겹 담홍매), 하나는 진한 분홍색(여러겹 만첩홍매)이다. 영각 앞의 매화는 둘을 섞은 듯 중간 분홍색을 띤다.
영각 앞의 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바로 ‘자장매’(慈藏梅)다.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법명에서 비롯했다. 수령 370년 정도다. 자장매의 유래는 이렇다. 임진왜란 후 통도사 중창에 나선 우운대사가 1643년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축조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불타버린 역대 불교계 스승의 영정을 모시는 영각을 건립한다. 상량보를 올리고 낙성을 마치니 마당에 홀연히 매화 싹이 자라나 해마다 음력 섣달에 연분홍 꽃을 피웠다. 사람들이 이를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이심전심이라 믿어 ‘자장매’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 경남 양산 통도사 자장매. 수령 370년 정도된 이 매화나무는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법명에서 비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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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매화 중 수백년 묵은 것들은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선암사 원통전의 ‘선암매’, 지리산 산천재의 ‘남명매’, 단속사지의 ‘정담매’, 남사마을의 ‘원정매’가 대표적이다. 전통적으로 꽃의 색깔과 형태, 나무 모습 등에 따라 매화를 20여가지로 분류한다. 요즘에는 다양한 접목기술 발달로 수백 종류의 개량 매화들이 새로 생겼다. 보통 우리 토종매는 꽃잎의 색깔에 따라 백매와 홍매로 나눈다. 꽃잎은 같은 흰색이어도 꽃받침의 색깔에 따라 홍매와 청매로 나누기도 한다.
자장매는 이제 막 개화를 시작했다. 지난 밤 영하의 날씨 때문인지 꽃잎은 아직 시들했지만, 고고한 자태만은 여전했다. 매화는 꽃도 좋지만 유난히 향기가 그윽한 것이 매력. 통도사 절집 구석구석마다 매화 향은 이미 점점 채워지고 있다. 이번 주말이면 통도사의 홍매화가 볼만하게 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넓은 절집도 그윽한 매화향으로 가득 채워지지 않을까 싶다.
◇1400년의 시간이 묻어 있는 ‘통도사’
이제는 통도사를 자세히 들여다볼 차례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에 창건한 대가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석가모니의 가사와 진신사리를 가져와 지었다. 국내 삼보사찰 중 하나인 불보사찰. 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대장경을 모신 해인사를 ‘법보사찰’이라 하고,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해 국사 16명을 배출한 송광사는 ‘승보사찰’, 석가모니의 진신 사리를 모신 통도사를 ‘불보사찰’로 꼽는다. 통도사에 불상이 없는 이유가 바로 석가모니의 가사와 진신 사리를 모셨기 때문이다.
통도사를 제대로 보려면 입구 주차장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주차장에서 매표소를 지나면 길은 차로와 보행로로 갈라진다. 차를 타고 들면 영축산 계곡을 따라 왼쪽으로 따라가고, 걷는다면 계곡 오른쪽 길을 따라간다. 절집으로 드는 길이 대부분 그렇지만, 통도사 또한 차로 닿는 것보다 걸어 들어가는 맛이 몇배쯤 더 좋다.
| 통도사 대웅전 현판에 걸린 금강계단. 흥선대원군의 글씨로 알려져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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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오른쪽 길을 따라 일주문까지 가는 길에는 ‘무풍한송’(無風寒松)’이란 글씨가 쓰여있다. 이름 그대로 상쾌한 바람이 부는 이 길에는 훤칠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멋스럽게 서있다. 절집의 내력을 미뤄 보면 1400년이란 시간이 묻어 있는 길이다. 평탄한 흙길로 20분 남짓이다.
통도사는 세 가람이 합쳐진 대찰이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상로전, 통도사 건물 중 가장 오래된 대광명전을 중심으로 한 중로전, 영산전을 중심으로 한 하로전으로 구분한다. 646년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한 뒤 고려와 조선시대에 지속적으로 중건·중수되면서 규모가 계속해서 커졌기 때문이다. 돌아보려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추사 김정희와 흥선대원군 등 당대 명필이 한껏 솜씨를 부린 현판도 살펴보자.
통도사는 아기자기한 맛을 풍기는 독특한 절이다. 이를테면 극락전 옆 돌확 수조에 새겨진 작은 돌거북 두 마리의 모습이다. 잘 구워진 비스킷 같은 대웅전 꽃문살의 아름다움 같은 것들이다. 절집 건물마다 붙여 놓은 현판 글씨도 눈여겨볼 것들이다. 통도사 현판에는 추사 김정희, 흥선대원군, 석재 서병오의 글씨가 경연을 벌이듯 붙어 있다. 진본은 대부분 성보박물관에 보관하고 있으니 꼭 가서 보시길. 그렇다고 현판의 글씨가 진본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 통도사 창건 설화가 깃든 연못인 ‘구룡지(九龍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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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 길= 수도권에서 양산까지는 먼 길이지만, 찾아가는 길은 간명하다. 양산 통도사는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나들목으로 나오면 절집까지 10분도 채 안 걸린다.
▲잠잘 곳=통도사 앞에는 숙박업소가 즐비하다. 통도환타지아콘도와 통도호텔이 근처에서는 제법 규모가 큰 숙소다. 시내에도 괜찮은 숙소가 많다. 가족여행객이라면 동면의 베이키아 양산 호텔이 좋다. 나홀로 여행객이나 연인과 함께라면 양산종합운동장 인근의 호텔 여기어때 양산점도 괜찮은 숙소다.
▲먹을 곳= 양산시는 지역을 대표하는 ‘양산 맛집 8개 업소’를 선정했다. 선정 맛집은 북정동의 차숙경 간장게장, 동면 종정헌의 보리굴비 정식, 상북면 청호재 삼장수 밥상, 물급읍 아름빌 특양 선지국, 물급읍 초우 한우의 한우 국밥, 남부면의 흥부네 수제 갈비·밀면 초벌 돼지갈비, 동면 호호 감자탕의 감자탕, 북정동 신토불이 수구레국밥의 수구레국밥 등 8개 업소다.
| 통도사 대웅전 북쪽에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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