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국내 최초 컵커피…'장수하려면 카페라떼처럼'

by송주오 기자
2020.01.10 06:30:00

1997년 출시, 23년간 인기…매일유업 ''마이카페라떼''
IMF 국가부도 위기서도 날개돋힌 듯 팔려
출시 첫해 3000만개 판매…목표 300% 초과 달성
이병헌·빅뱅 등 당대 최고 스타 모델로 기용

매일유업의 ‘마이카페라떼’는 국내 최초의 컵커피로 지금까지 14억개가 넘게 팔렸다.(사진=매일유업)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1997년.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뀐 해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사실상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다. 한강의 기적이 한순간에 신기루로 사라진 것이다.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하고 사람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사회 전반적으로 암울하던 때였다.

매일유업이 국내 최초 컵커피 ‘카페라떼’를 출시한 건 그해 4월이었다.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선보인 제품으로, 앞으로 닥칠 어려움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컵커피 출시는 국내 커피 시장에 원두커피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을 의미했다. 다만 실업자가 쏟아지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신제품의 성공을 자신할 수 없었다.

카페라떼는 시작부터 대성공을 거뒀다.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목표의 300%를 달성한 것.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생산량을 하루 12만개에서 30만개로 늘려야 했다. 출시 첫해에만 3000만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 23년간 카페라떼의 누적 판매량은 14억개 이상으로 이를 한 줄로 세우면 지구 5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카페라떼는 단숨에 매일유업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매일유업의 1997년 매출액은 4341억원으로 전년대비 18% 증가했다. 유업계에서는 매출 기준 1위로 올라섰다. 카페라떼의 성공 덕분이었다.

카페라떼의 성공은 당시 요동치던 사회 변화상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1983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처가 내려지면서 1990년대 해외여행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자연스럽게 서양의 커피 문화를 접한 소비자들이 늘면서 원두커피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폭발했다. 이런 시기에 카페라떼가 등장한 것이다.

카페라떼 자체의 경쟁력에서도 성공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경쟁력은 원두다. 카페라떼에 쓰이는 아라비카종 원두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 해발 900~2000m의 서늘한 고원지대다. 다른 종류에 비해 단맛과 신맛, 감칠맛이 강하며 향기가 독특하기로 유명한 최고급 원두의 대명사다.

여기에 아라비아 커피원두를 정통 원두커피 추출법인 드립식으로 뽑아 제대로 된 원두커피의 맛을 살렸다. 특히 기존 캔커피가 인스턴트커피 분말이나 전지분유, 탈지분유 등을 사용하는 데 반해 카페라떼는 100% 1등급 생우유를 써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구현했다.

기존 제품과 맛과 원료에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카페라떼는 ‘길거리에서 즐기는 원두커피’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999년 톱 배우 이병헌을 모델로 기용해 ‘사랑한다면 카페라떼처럼’이라는 슬로건을 유행시켰다.(사진=이데일리DB)
카페라떼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에는 영화 같은 마케팅 기법도 빼놓을 수 없다. 매일유업은 카페라떼의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한 편의 영화 혹은 드라마 같은 이미지를 주로 사용했다. 슬로건도 이에 맞췄다. ‘사랑한다면 카페라떼처럼’이란 슬로건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당대 하이틴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며 젊은 이미지를 부각했다. 매일유업이 카페라떼의 주 타깃을 신세대로 맞췄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에 없던 제품인 만큼 개성이 강한 신세대가 쉽게 받아들일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1990년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였던 이병헌, 장동건, 주진모, 유지태 등이 카페라떼를 알렸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아이돌 스타를 모델로 박탈했다. 빅뱅(2009년), 슈퍼주니어 최시원(2012년) 등이 카페라떼의 모델로 활동했다.

특히 아이돌 스타의 기용은 브랜드 인지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2009년 빅뱅이 모델로 나서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제작한 ‘젊은 그대’는 공개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10만회를 기록했다. 특히 CM송을 빅뱅의 신곡으로 오해한 팬들이 카페라떼 홈페이지에 몰려들어 한때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최시원도 매일유업 홈페이지로 팬들을 끌어 모았다. 최시원 화보를 브랜드 사이트에 올리자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까지 홈페이지를 줄이어 방문했다. 최시원 기용으로 세계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카페라떼는 출시 20주년을 맞아 특별한 성인식을 치렀다. 지난 2017년 ‘내 입맛에 맞는 부드러운 커피’라는 콘셉트로 브랜드명을 ‘카페라떼’에서 ‘마이카페라떼’로 변경했다. 패키지 디자인에도 변화를 줬다. 젊고 트렌디한 느낌의 얇고 긴 형태로 컵의 모양을 바꿨다. 용량은 10% 늘린 220㎖로 키웠다.

카페라떼가 20여 년 동안 소비자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한 제품 개발에 있다. 대표 제품인 ‘마일드’는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이 제품은 고급 에티오피아 시다모 원두를 미디엄으로 로스팅해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부드럽게 구현했다.

이외에도 생 캐러멜 시럽을 넣어 달콤한 ‘카라멜 마끼아또’, 달지 않고 깔끔한 커피 맛을 위해 설탕 함량을 30%나 줄인 ‘마일드 로어슈거’, 벨기에 생 초콜릿을 녹여 카카오 함량이 높고 생 초콜릿 본연의 깊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벨기에 초콜릿 라떼’, 깨끗한 자연 환경 제주도에서 차광 재배한 어린 말차를 사용한 ‘제주 말차 라떼’, 우유 대신 캘리포니아산 프리미엄 아몬드유와 제주산 말차를 넣은 저칼로리 말차 ‘아몬드브리즈’가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카페라떼의 성공은 다양하고 변화하는 소비자의 기호와 요구를 제때 파악하고 분석해 제품에 반영했기에 가능했다”며 “올해로 23살, 대한민국 대표 장수 브랜드가 된 카페라떼는 품질 경쟁력과 신세대 취향을 고려한 광고와 이벤트 등 탄탄한 마케팅 전략으로 또 하나의 커피 문화를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