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약vs바이오시밀러 '전면전'..가격경쟁 변수로
by류성 기자
2019.02.21 06:00:00
삼바,셀트리온 등 주도 오리지널약 제조사와 전면전
바이오시밀러, 오리지널약과 약효 같지만 저가가 강점
오리지널약, 수십년 쌓아온 제품 브랜드 파워가 무기
오리지널약 파격적 가격인하시 레드오션''으로 추락위험
[이데일리 류성 기자] 오리지널약 vs. 바이오시밀러 대전(大戰)에서 최후 승자는 누가 될것인가.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선두주자들이 미국,유럽 등 세계 주요시장에 속속 진입,성과를 내면서 오리지널 의약품 제약사들과의 전면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전쟁에서 ‘방패’는 특허받은 신약으로 기존 시장을 수성하려는 오리지널약 제약사이고, ‘창’은 오리지널약과 거의 똑같은 약효를 가진 복제약으로 시장을 빼앗으려는 바이오시밀러 업체다.오리지널 제약사는 신약특허라는 프리미엄에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 파워를 강점으로,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각각 전쟁을 벌이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지금까지 유럽시장 중심으로 초반 순항을 거듭하면서 승전보를 전해오고 있다.의약품시장 조사업체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셀트리온(068270)의 대표 바이오시밀러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유럽전체 관련시장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점유율 56%를 기록하며 오리지널 약을 압도했다.셀트리온의 혈액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도 유럽 해당시장에서 같은기간 35%를 점유하며 오리지널약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에서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물량기준으로 유럽 전체 에타너셉트(성분명) 시장에서 점유율 41%까지 올랐다.특히 독일시장에서는 오리지널약 엔브렐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오리지널 제약사들의 반격이 거세지면서 유럽,미국 시장공략이 예전처럼 수월치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특히 오리지널약 제조사들이 약가를 대폭 깎으면서 시장수성에 나설 경우 가격경쟁력이 유일한 비교우위인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오리지널약과 대비해 가격을 평균 70% 정도 낮춰 책정하면서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전략을 펴고있다.
실제 최근 오리지널약 휴미라를 제조하는 에브비(AbbVie)는 바이오시밀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노르웨이 정부입찰에서 약가를 최대 80%까지 내리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항체의약품 휴미라는 세계판매 1위 의약품으로 연매출 20조원을 넘는다.
릭 곤잘레스 에브비 대표(CEO)는 최근 컨퍼런스 콜에서 “바이오시밀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유럽시장에서 약가를 최고 80%까지 낮추고 있다”고 인정했다.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은 개발중이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랄디라는 이름으로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유럽시장에서 인플릭스맵(Infliximab)의 평균 단가 또한 램시마등 바이오시밀러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30% 이상 떨어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노르웨이 시장은 유럽 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매출면에서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도 “독일,영국등 주요 시장에서 오리지널 제약사들이 이처럼 큰폭의 약가인하를 하게 되면 사실상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고 인정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가장 큰 리스크는 오리지널약 제조사들이 약가를 대폭 인하하면서 맞대응하는 것이다”며 “지금은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이지만 빠르면 3년 내, 늦어도 5년내 경쟁격화로 마진이 크게 줄어드는 힘든 산업으로 변하게 될것이다”고 전망했다.
가격인하를 할 수 있는 여력도 업력이 짧은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시밀러 업체보다 특허를 바탕으로 장기간 시장을 독식해온 오리지널약 제조사들이 월등하다는 분석이다.
휴미라 제조사 에브비의 경우 바이오시밀러들이 최근 등장하기까지 20년 가량 세계시장을 독점해왔다.이미 투자금을 회수하고 가장 효율적 제조원가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실제 에브비의 휴미라 제조원가는 판매가의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시장 진입 초창기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시설투자비 등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일정기간 공장가동이 필요하다.오리지널약 제조사들이 파격적 약가인하를 선도하며 출혈경쟁에 나설 경우 자금여력이 부족한 바이오시밀러 업체들로서는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는 경쟁구도인 것이다.
오리지널약 제조사들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침투를 차단키위해 공격적인 출혈경쟁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일정 수준 이상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있는 상황에서 약가를 대폭 낮출경우 시장점유율은 오르더라도 전체 매출이나 이익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오리지널약 제조사들은 독점하다시피하던 기존 시장에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가격 맞대응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면서도 “오리지널약 제조사들은 효율적인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급격한 가격인하를 단행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번 파격적으로 낮춘 약가를 다시 올리기 어려운 제약특유의 사업환경도 오리지널약 제약사들의 적극적 가격대응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분석도 있다.유럽,미국 등 주요 국가마다 세금으로 환자의 약가를 일부 보전해주는 상황에서 제약사가 한번 인하한 가격을 다시 올리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