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담합 판정…제강사들 '답답한 속사정'

by남궁민관 기자
2018.09.11 06:00:00

국내 한 제강사의 철근 제품.이데일리DB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철근을 생산·판매하는 국내 6개 제강사들이 담합 혐의로 1200억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물 처지에 놓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제강사들이 각사 할인율을 일괄 제한해 철근 가격을 올렸다고 봤지만, 해당업체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국내 철근 가격 결정 구조상 각 제강사별 가격이 유사하게 책정될 수 밖에 없어 향후 반복적으로 담합 의혹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9일 철근 판매가격 담합 혐의로 현대제철(004020)과 동국제강(001230) 등 국내 6개 제강사에 총 11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당 제강사들은 공식적으로는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 후 대응 수위를 결정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담합 프레임에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 든다”며 억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현재 국내 철근 가격은 분기별로 철근가격협의체에서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이 기준가격에 각 제강사와 건설업체 간 상황에 따른 할인폭을 적용해 최종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기준가격은 각 제강사의 실무자들과 건설사 협의체인 대한건설자재직협회(건자회) 간 협상을 통해 설정된다.

당초 공정위는 철근가격협의체에서 기준가격을 설정할 시점부터 제강사들이 담합을 했다고 보고 조사에 들어갔지만, 결과적으로 기준가격 설정시에는 담합이 없었다고 최종 판단했다. 다만 이후 각 제강사별로 할인폭을 적용할 때 담합을 통해 할인폭을 일괄 제한해 철근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판단했다. 6개 제강사가 영업팀장급 회의체를 조직하고 약 20개월 간 서울 마포구 소재 카페, 식당 등에서 30여차례 이상 모임과 전화연락 등을 통해 월별로 적용할 할인폭을 축소하기로 합의했다는 것.

제강사들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원인부터 국내 철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철근 시장에 저가 중국산 철근 유입이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사실상 가격결정의 주도권은 국내 제강사들이 아닌 건자회가 쥐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철근은 특별한 기술경쟁력이 필요하지 않은 철강재로 보통 원자재 가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강사들의 철근 가격이 유사할 수 밖에 없다. 향후에도 각 제강사의 유사한 철근 가격을 이유로 공정위가 언제든 담합 의혹을 제기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흘러나온다.

특히 최종 담합 판정을 받은 할인폭과 관련 충분히 소명가능하다는 입장이다. A제강사 관계자는 “할인폭을 담합했다고 하지만 정작 공정위 자료를 보면 6개사의 할인폭은 모두 다른 데다, 오히려 철근 가격이 하락한 경우도 있어 시장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보여진다”며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부분에서 재검토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B제강사 관계자는 “공정위는 1990년대 이후 이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국내 철근 시장 담합을 적발해왔는데, 이는 제강사들이 늘상 담합을 하고 있는 것처럼 공정위가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며 “최근 철근 시장은 투명성이 강화돼 왔으며, 현재 구조상 담합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C제강사 관계자는 “철근 가격 결정권은 사실상 건자회에서 쥐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해없이 공급처인 제강사들만 대상으로 담합 조사를 펼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철근 가격은 앞으로도 모든 제강사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텐데 또 다시 담합 의혹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