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렬의 All that 부동산 92회]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소고

by노희준 기자
2017.09.30 06:00:00

서초구 잠원동에서 분양했던 신반포센트럴자이의 청약 결과를 보면 분양가 상한제의 효과를 어느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통제하고 있는 분양가 제한 정책은 분양가 상한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시장에서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지난 40년간 부동산 역사를 정리해 보면 결국은 양극화 과정이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가격은 서울 이외의 지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17개 광역 지자체 어떤 지역과 비교해도 이미 2배가 넘는다. 17개 광역지자체 중에서 2위권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 해운대구인데 평당 가격은 2천만원이 안된다. 서울에서는 강남구가 가장 비싼 지역인데 평균 가격이 4천만원이 넘는다. 이미 지역별 양극화는 우리 현실로 와 버렸다.

이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대안이 있을까?

두가지 시장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비싼 지역의 가격을 낮아지게 하는 방법과 싼 지역의 가격을 올리는 방법이다. 두가지 방법을 동시에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방법이든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특혜나 비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급등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한 하향 평준화 하는 방법이다. 기존 시세로 기준을 정하고 그 이하로 분양가를 책정시킴으로써 지속적인 상승을 막는 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게 되면 단기간적으로는 무조건 시세 하락 효과가 있다. 인위적이긴 하지만 싸게 제공되는 것은 실제 분양기이기 때문이다. 신규 아파트의 가격이 싸게 공급되므로 기존 아파트의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연히 기존 아파트는 똑같은 조건이라면 신규 아파트보다는 싸야하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는 완벽한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이라고 하는 곳에는 우리가 정확히 예측 못하는 수요가 있다. 특히 강남구의 수요는 강남구 인구 만큼 만이라고 조건이 한정한 상태라면 이에 대한 대책을 만들었을때 분양가 상한제든, 투기지역 선정이든 어떤 규제 정책을 펴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남에 대한 수요는 강남구 주민들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 규모를 추정조차 할 수 없다. 아무도 추정 못한다. 절대 못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강남구에 대한 수요는 강남구 아파트를 평당 4682만원(KB부동산 시세, 17년 8월 기준)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의 숫자 만큼이다. 그것이 지금 강남구의 수요량이다. 인구로는 53만명, 세대수로는 23만5000세대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강남구 평균 시세를 평당 1천만원 정도 내렸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수요층이 당연히 더 늘어날 것이다. 얼마나 늘어날까? 그 규모를 추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동작구, 광진구, 강동구, 성동구, 분당구 등 강남구를 에워싸고 있는 지역에서는 1차적으로 이 강남구의 적극적인 수요층으로 참여를 하려고 할 터이고, 2차적으로 서울 전체, 경기도 일부 지역, 인천 일부 지역, 3차적으로 전국 까지 수요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테니까 말이다. 여기서 가격을 더 내리게 되면 그 수요층은 더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강남구에서 수용할 수 있는 총 세대수가 23만 여세대인데 공급은 한정된 상태에서 수요량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기 때문에 다시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시장 가격이다.

분양가 상한제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자. 수요가 많은 지역은 분양가를 고정시킨다 해도 결국 사후 프리미엄으로 분양가와 시장가의 그 갭을 메울 수 밖에 없다. 그게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 논리다.



물론 수요가 없는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를 하지 않을 것이다. 굳이 분양가 붙잡아 둘 실익이 없으니까. 결국 지역내 수요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문제다.

폭발적인 수요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수요층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수요가 몰린 지역의 수요층들에게 자발적으로 타 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지금의 강남구에 몰려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인프라를 일부라도 타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면 그만큼 수요층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강남구를 그대로 방치한 채 강남구에 몰린 수요만 잡겠다고 하는 노력은 결국 시장과 시간에게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서울시에서 서울시 생활권 계획을 발표했었다. 서울시 생활권 계획은 핵심은 일자리가 부족한 동북권에 일자리를 만들어서 동북권을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었다. 매우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강남에 몰린 수요층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일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문제점은 그대로 남는다. 동북권에 많은 개발 계획 및 발전방향을 제시했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강남의 수요를 가져올 만한 확실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강남구과 포함된 동남권은 오히려 개발 계획이 많지 않다. 그런데 국제업무,MICE 산업 중심지 개발 하나만으로도 서울시 전체 개발 계획, 동북권은 물로, 서북권, 서남권, 도심권 개발 계획을 모두 포함한 것보다 훨씬 강력해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는 수요가 고정된 상태라면 시도 해 볼만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테니까. 하지만 실질적인 수요층이 많은 지역이라면 그것도 수요층이 고정은 커녕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지역이라면 과연 무슨 어떤 효과가 있을까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투기지역의 집값을 잡고 싶으면 투기지역이 아닌지역을 활성화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의 집값을 잡고 싶으면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지역을 개발시키야 한다. 그래야 수요가 분산되니까 말이다.

집값 오른다고 집값만 잡으면 된는 것이다. 집값이 크게 오르지 못하도록 다른 대책이 함께 펼쳐져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부동산 정책이 될 것이다.

▶ 더리서치그룹 김학렬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의 저자로 16년간 대형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해오고 있다. 이데일리 등 주요 일간지, 각종 주간지, 월간지 등에도 부동산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입지 분석 및 부동산 시장 전망과 관련한 강의를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4만 2여천명이 구독하고 있는 빠숑의 세상 답사기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현재 아시아경제TV 대국민 부동산 토크쇼 살家말家과 부동산 클라우드 팟캐스트 진행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