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에선 '싼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가 대세

by양희동 기자
2015.03.12 05:32:28

인천·고양 등 3억원 미만 아파트 인기 상종가
상위 10곳엔 33~53명이 치열한 경쟁 벌여
서울은 비싼 감정가 탓에 1곳만 이름 올려

△올해 들어 전세 수요가 대거 매매로 전환되면서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서울·수도권 중소형 아파트 전국 응찰자수 상위권을 독식하며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인천 부평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국토지리정보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지법 경매에 부쳐진 인천 부평구 갈산동 근로복지아파트 전용면적 49.94㎡형 한채에는 무려 53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2억원 미만의 저렴한 감정가(1억 4800만원)와 한번 유찰 후 1억 360만원까지 떨어진 최저입찰가가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 물건은 치열한 경쟁 끝에 감정가보다 1000만원 높은 1억 5790만원을 써낸 공모씨가 주인이 됐다. 차순위 응찰자의 입찰가도 감정가보다 비싼 1억 5450만원이었다.

봄 이사철과 겹친 전세난 속에 임차 수요가 매매로 급선회하면서 올해 1~2월 서울·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량이 2006년 이후 최다치를 기록했다. 매매시장의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자 실수요자들은 경매시장에도 눈을 돌렸다. 그 결과 지난달 전국 응찰자수 상위권을 서울·수도권의 전용면적 85㎡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싹쓸이했다. 지난해말까지 상위권에 올랐던 지방의 토지·임야 물건은 자취를 감췄다.

11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응찰자수 상위 10개 물건은 모두 서울·수도권의 3억원대 이하 또는 중소형 아파트가 차지했다. 최소 33명 이상 응찰한 이들 물건은 △교통이 편리한 입지 △3억원대 이하 물건 △중소형 평형 등 3가지 특징을 가진다. 특히 수도권 역세권의 2억원 미만 아파트는 최고 상종가를 나타냈다.

가장 많은 53명의 응찰자를 모은 인천 갈산동 근로복지아파트 전용 49.94㎡형은 지하철7호선 굴포천역과 인천지하철1호선 갈산역을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이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또 경의선 행신역 역세권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소만마을 전용 59.4㎡형 아파트(감정가 1억 9532만원)는 두번째로 많은 45명이 응찰했다.



응찰자수 상위권에는 집값이 싸고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인천과 경기 고양 등 두 곳의 물건이 8개에 달해 이들 지역의 높은 선호도를 방증했다. 인천의 경우 응찰자수 1위 물건을 비롯해 40명을 모은 인천 부평구 삼산동 광명아파트 전용 57.9㎡형(낙찰가 1억 1422만원)과 35명을 모은 산곡동 현대아파트 전용 59.9㎡형(낙찰가 1억 6400만원) 등 5개 물건이 이름을 올렸다. 또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마을 전용 99.7㎡형은 중대형인데도 시세(3억 8500만~4억 1000만원)보다 싸게 감정가(3억800만원)가 매겨지자 41명이 무더기 응찰하는 등 3곳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아파트 평균 감정가가 5억원을 넘는 서울지역은 응찰자 33명을 모은 강남구 도곡동의 주상복합 양재SK허브프리모 전용 67.6㎡형 아파트(낙찰가 4억 9999만원) 한 곳만 포함됐다.

지난해 12월까지도 전국 응찰자 상위 1~2위 물건은 대구 달성군 임야(778㎡·128명 응찰)와 광주 동구 월남동 토지(1336㎡·73명) 등 지방 소재 땅들이 차지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택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전세의 매매 전환이 활발해지면서 저렴한 수도권 아파트 물건에 응찰자가 집중되고 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저금리 기조 속에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는 물론 임대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까지 합세해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를 앞다퉈 낙찰받고 있다”며 “주택 시장의 회복세로 인해 향후 경매로 넘겨지는 물건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