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재정정책!"…`홀로 돈 푸는` 드라기의 SOS
by이정훈 기자
2014.09.13 08:01:00
"통화-재정정책-구조개혁 함께 가야 유로존 회생 가능"
"필요시 추가 행동 준비돼"..정부-기업 투자 중요성 강조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을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구해내기 위해 총대를 맨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재정부양정책으로 힘을 실어 달라며 각국 정부에 호소했다.
드라기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로파이 금융포럼(Eurofi Financial Forum) 강연에서 “오늘 전하려고 하는 주된 메시지는,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재정정책과 경제구조 개혁이 손을 맞잡고 함께 가야만 유로존이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ECB는 지난주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 예상을 뒤엎고 또다시 기준금리를 10bp(0.10%포인트) 낮은 사상 최저인 0.05%로 조정했고, 10월부터는 자산유동화증권(MBS)과 커버드본드를 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는 제한적 의미의 양적완화도 시작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는 “ECB 혼자만으로는 유로존 경제를 부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ECB 통화정책위원회는 필요하다면 언제든 추가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확인하면서도 경제를 확실히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투자에 나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로존 각국 정부들은 독일 주도로 재정 긴축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드라기 총재는 지난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참석해 “EU가 회원국 재정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정하고 있는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에 유연성을 가미해 각국이 자국내 수요를 부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때”라며 각국 정상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EU 정상들은 이론적으로 드라기 총재의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컨센서스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 정상들은 지난 6월 회의 때부터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에 국가별로 유연성을 두는 방안을 논의해오고 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드라기 총재가 재정정책에 간섭하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미국에서는 이미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반면 유로존 기업들의 투자는 소폭 개선된 이후 정체양상을 보이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이 정도 기업 투자 개선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는 재정을 풀어 투자하고, 기업들은 현금을 풀어 과감하게 투자할 때라야만 우리가 기대하는 인플레이션 상승이 나타날 수 있으며, 경제도 부양되고 고용도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드라기 총재는 최근 2년간 친기업적 경제 개혁으로 투자를 살리고 성장률을 높이고 있는 스페인이 유로존 각국에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