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th SRE]현대건설 'DNA'가 다르다
by정수영 기자
2014.05.13 07:00:00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건설업계는 지난해 해외사업 수익성 악화, 국내시장 건설물량 감소 등으로 어려운 한 해를 겪었다. 일부 대형건설사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내는 등 여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10대 대형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익부분 성장세를 이어간 회사는 현대건설(000720) 한 곳뿐이다. 지난 2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도 1000억원 모집에 1900억원이 몰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현대건설이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것은 흑자경영 유지, 해외 저가 수주 감소, 모 회사가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배경 등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회사채 신용등급 AA-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도 유일하게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같은 AA-인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도 대비 11.6% 줄어 기대치를 밑돌았다. 포스코건설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도의 3분의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실적 저조로 신용등급 하향조정 대상에 올랐다.
반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 13조 9383억원, 영업이익 7929억원, 순이익 5696억원을 기록하며 건설 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6%, 4.3%, 0.5% 증가한 실적이다. 해외에서도 2년 연속 100억 달러의 수주 성과를 거뒀다. 해외 저가 수주 사업장도 거의 없다. 현대차그룹에 편입되기 전인 2010년 이전 수주한 해외 공사 중 악성으로 분류된 곳들은 서둘러 회계 처리를 실시, 지난 3년 동안의 손실을 모두 반영했다.
올해 1분기에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현대건설은 1분기 연결 경영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3조2906억원, 영업이익 1877억원, 당기순이익 118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익성 위주의 수주전략과 원가절감 등으로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늘었다. 매출은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교량 공사와 베트남 몽정 석탄발전소 공사 등 해외 공사의 매출 확대로 지난해 1분기보다 15% 증가했다.
먹을거리도 늘었다. 1분기 신규수주는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칠레 차카오 교량공사 등으로 3조6017억원을 추가, 3월 말 기준 총 수주 잔고 53조9248억원을 쌓아놓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 대형공사의 매출 확대와 지속적인 원가절감 추진 결과가 실적으로 나타났다”며 “그동안 선제적으로 손실을 반영해 온 만큼 2분기 이후에도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가 전망치도 밝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2분기 러시아 비료공장, 말레이시아 발전 플랜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의 신규 프로젝트 등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건설은 2011년 현대자동차 그룹에 편입된 이후 ‘수익성 중심사업 수주’를 경영원칙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익이 낮은 공사는 수주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경쟁사들과 달리 현대건설이 국내·외 저가 수주의 덫에 빠지지 않은 이유다. 사실 여러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출혈을 입은 것은 수주사업 규모나 개수 등을 무조건 따놓고 보자는 식의 양적 성장에 매달린 결과다.
반면 현대건설은 제조업 사업운영방식을 도입한 원가 표준화를 추진, 저가수주를 사전에 방지해왔다. 현재는 이를 더욱 체계화하기 위한 내부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구매와 외주 프로세스 시스템 개선, 간접비 절감 등으로 원가절감 경쟁력을 높인 것도 경영손실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해외시장 다변화 전략도 흑자 성장세를 지속시켰다. 현대건설은 2011년부터 수주지역 다변화를 시도했고, 이전 50%가 넘던 중동 지역 수주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지역별 수주 비중은 CIS(43%), 중동(19%), 중남미(14%), 아시아(13%), 아프리카(11%) 순으로 손실의 주범으로 꼽히는 중동 비중은 대폭 낮아졌다.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도 성장세 지속에 한몫했다. 현대건설의 매출구조를 보면 토목(20%), 건축(26%), 플랜트(36%), 전력(18%) 등 사업부문별로 균형이 잡혀 있다. 한 부문이 부진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현대건설의 주택 사업 비중은 대형 건설업체 가운데 최저 수준인 9%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1조7000억원 규모였던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보증 잔액은 올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의 올해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이 회사의 올해 경영목표는 수주 22조2650억원, 매출 15조 9265억원으로 14%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사업 비중도 지난해 64%에서 올해 70%로 올릴 계획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두자릿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건설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건설 리더’를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세 가지 구체적 실천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미래성장 사업기반 확보, ▲글로벌 사업역량 강화, ▲위기관리 대응체계 확립 등이 그것이다.
우선 미래성장 사업기반 확보를 목표로 중장기 신성장 사업수행 기반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물환경·수처리·폐기물자원화 사업 등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원개발 연계사업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공사발주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민자발전(IPP) 사업도 적극 추진한다.
또 신성장 미래상품 원천기술 확보 등 실증연구 활성화를 통한 신규시장 진입장벽 완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글로벌 조직체계를 정립하고 해외시장 다변화 전략도 강화한다. 신규 공략 지역에 지사·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기존 1곳이었던 구매지사도 확충할 예정이다. 또 국내·외 선진기업과의 협업 강화, 신흥시장 유망공종 분석을 통한 제안형 사업 발굴에도 힘쓸 예정이다.
위기관리 대응체계 확립을 위한 내실경영 및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에도 나선다. 본부별·현장별 사업계획 달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현장 시공통합관리시스템·업무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유덕상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대규모 손실요인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부터 이익 증가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1조원의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