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줄이기 올인…해외채권·금 등엔 과감한 투자
by이현정 기자
2013.03.20 08:45:00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은 1970년대 강남개발정책과 함께 가장 먼저 형성된 ‘부촌 1번지’다. 강남 개발 후 첫 세대가 둥지를 뜬 곳. 주로 전직 고위관료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전형적인 앨리트층이 세대를 이어 수십 년 동안 거주해 오면서 전통적인 부촌으로 자라잡았다. 좋은 학군과 고급 인프라가 갖춰진 압구정은 오래된 아파트가 수십억을 호가할 정도로 부동산값이 비싼 동네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보수적인 투자 성향이 강한 압구정 부자들의 자산운용형태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용강 신한PWM압구정중앙센터장은 19일 “압구정 고액자산가들이 정기예금 대비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과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비과세 상품을 즐겨 찾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부동산 위주의 투자에서 벗어나 약간의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로 큰 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센터장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예전과는 달리 현상 유지 또는 다소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심리가 많이 줄었다”며 “부동산 투자 대기자금을 절세할 수 있는 장기상품 또는 연 7% 정도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해외채권 등으로 대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대 초반도 어려워지고 세후 수익률은 2%대로 낮아졌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상대적 자산손실이다. 더이상 부자들이 정기예금 등의 안전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센터장은 “브라질 국채 및 금 실물 투자 등 그동안 해외채권에 관심이 없던 고객들도 최근 들어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주가연계상품등 어느정도 위험도 있는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거부감도 줄어들고 있으며 직접투자를 고민하는 자산가도 있다”고 전했다.
신한PWM압구정중앙센터는 평균 30억 원대의 금융자산을 가진 자산가가 주요 고객층이다. 어릴 때부터 수십 년 동안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서 살고 있는 전통적인 부자들이 많다. 다른 강남지역에 비해서도 오피니언 리더로서 자부심이 강하고 보수적이다. 이런 성향 때문에 투자에 있어서도 막연하게 정기예금만 고집하는 자산가들이 많았다. 최근들어 투자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보수적인 동네에 불고 있는 새로운 투자 바람이다.
이 센터장은 어느 정도 안정자산을 확보해 놓고 일정 부분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 상품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그는 “종합과세 과세표준을 고려하고 자금의 용도 등을 고려해 일정부분은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으로 편입하고 나머지는 비과세 상품과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 브라질국채와 같은 투자상품, 금 실물 매입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것이 좋다”며 “자금의 운용가능 기간이나 용도 등을 잘 따져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부터 종합과세 과세표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비과세 상품 가입은 필수다. 실제로 압구정 고액자산가 대부분은 작년 하반기부터 상당 부분의 자산을 비과세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일부 자산가들은 “수익률은 상관없으니 세금을 덜 낼 수 있도록 당장 대안을 찾아달라”고 사정하기도 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할 경우 금융상품 투자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은퇴자들은 자식이 내던 건강보험료를 본인이 직접 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비과세 보험의 상품내용이 많이 변경돼 비과세 즉시연금의 한도나 조건 등에 대한 문의가 유독 많다”며 “비과세 상품은 장기상품이지만 종합과세 대상자들에게는 세후 수익률 면에서 단기 정기예금보다 훨씬 유리하고 종합과세 과세표준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자금의 용도나 운용 가능 기간 등을 잘 따져서 상품을 가입하면 전체적인 수익률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압구정동 부자 키포인트- 1) 보수에서 벗어나다 2) 목표 수익률 7% 3)인플레이션 대비에 골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