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9.10.23 08:24:57
이탈리아 소년 집 밖에 못나가게 해… 발육 부진
[조선일보 제공] 유럽에서 이탈리아의 '마모네(mammone·마마 보이)' 문화는 유명하다. 성인이 된 아들이 엄마 곁을 떠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부 40대 남자도 청소·요리·세탁·주거를 엄마한테 의존한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1일 이런 유별난 밀착 관계는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의 정부 기능이 약해서 '가족'이 중요한 보호막이자 울타리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런 이탈리아이지만 아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막을 정도로 심했던 한 엄마의 '사랑'이 최근 심판대에 올랐다. 이탈리아 북부 페라라시에서 12세 아들을 키우는 이 엄마는 아들 루카가 등하교(登下校) 외에는 밖에서 놀거나 교회 가는 것 등 집 밖 활동을 모두 금지했다. 루카의 학교 선생님은 "간식도 집에서 한 입 크기만큼 일일이 잘라서 갖고 왔고,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어했다"며 엄마의 '과잉보호'를 증언했다.
'학대'에 가까운 엄마의 이 맹목적 사랑은 이혼한 생부(生父)의 요청으로 드러났다. 루카를 지난 9년 동안 만날 수도 없었던 아버지는 사회복지단체에 아이의 환경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고, 전처(前妻)의 '과잉보호'로 인한 아들의 곤경을 알게 되자 전처를 고발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현재 루카가 모든 면에서 '발육 저하' 상태라고 보고했다. 루카의 변호사는 "루카가 뛸 줄도 모르고, 운동 기능이 3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법정은 엄마의 아동학대죄를 인정했고, 이탈리아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이 사건을 이탈리아 엄마들의 과잉보호 문화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루카 사례는 극단적인 예라는 반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