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피봇' 시사에 10년물 금리 4% 하회…달러약세·유가반등[월스트리트in]
by김상윤 기자
2023.12.15 06:18:09
산타 파월 효과 이어져…뉴욕증시 일제히 상승
11월 소매판매 ‘깜짝’ 증가…연착륙 기대감 강화
상승세는 제한…“단기 과매수..하락세 보일수도”
ECB, 금리인하 시사 안해…달러인덱스 101.94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 논의를 시작했다며 ‘피봇’ 의사를 밝힌 가운데 연말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11월 소매판매가 깜짝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 연착륙 기대감도 더욱 커졌다. 10년물 국채금리는 4%대 아래로 뚝 떨어졌다.
연준이 금리인하 논의에 착수하면서 달러가치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이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했고, 일본은행 역시 초금융완화정책에서 차츰 긴축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유가는 반등했다.
|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된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거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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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3% 상승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26% 올랐고,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0.19% 상승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 중이다.
국채금리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오후 4시기준 10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2.5bp(1bp=0.01%포인트) 내린 3.908%를 기록 중이다. 지난 7월31일(3.97%) 이후 처음으로 4% 아래로 떨어졌다. 30년물 국채금리도 15.6bp나 떨어진 4.028%까지 내려왔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9.9bp 하락한 4.382%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연말 상승랠리의 동력이 됐다. 그는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뒤 “적절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승리를 선언하기엔 이르다”고 했지만, 긴축 사이클은 끝났음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피봇 전환 의지는 연준 이사들이 예상하는 금리 전망을 표시한 점도표에서 보다 명확히 나타났다.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0.65~0.90%포인트 낮은 4.6%(중간값)로 예상했다. 내년에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9월에 제시한 내년 최종금리 5.1%(두 차례 인하 예상)보다 더 완화된 전망치다.
여기에 미국 연착륙 기대를 키우는 지표는 계속 나오고 있다. 이날 상무부에 따르면 미 11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3% 증가했다. 10월(0.2% 감소) 보다 강세를 보였고, 다우존스 예상치(0.1%감소)보다 웃돌았다. 당초 4분기에는 소비여력이 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예상치 못한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미국 전체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소매판매는 주로 상품에 대한 지출을 반영한다. 레스토랑, 바, 스포츠용품, 온라인 소매업체의 매출이 늘면서 전체 소매판매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유가 하락에 따라 휘발유 판매는 3% 가까이 줄었다.
고금리에 따른 각종 비용 상승에도 미국 소비자들은 예상보다 탄탄한 구매력을 보이고 있다. 고용시장은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유가가 급락한 데 따른 여윳돈이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
모더나의 주가는 회사의 맞춤형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과 머크앤드컴퍼니(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동시 사용할 경우 피부암의 재발이나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긍정적 임상 결과에 12% 이상 오르고 있다.
다만 이날 상승세는 제한됐다.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에 시장이 지나치게 빨리 움직였다는 경계감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이토로의 미국 투자 애널리스트 캘리 콕스는 “앞으로 몇 주 동안은 조금 긴장하고 있다”며 “10월 말 이후 S&P 500 지수가 1% 하락한 적은 없던 만큼 주식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밀러 타박 앤 컴퍼니의 수석 시장 전략가 매트 말리는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모두 단기적으로 상당히 과매수되고 있다”며 “머지않아 단기적으로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통화완화 시그널을 준 반면 유럽연합(EU)은 금리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하면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준금리는 연 4.5%로, 수신금리와 한계 대출금리는 각각 연 4.0%, 연 4.75%로 동결 한 뒤 “내년 초 임금 등 주요 데이터를 모니터닝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초금융완화정책을 유지했던 일본도 긴축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9% 하락한 101.94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75% 하락(엔화강세·달러화 약세)한 141.82엔을 가리키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0992달러를 기록 중이다. 전거래일 대비 1.08% 오른 수치다(유로화 강세·달러화 약세) 파운드당 당 1.2767달러를 기록 중이다. 전거래일 대비 1.17% 올랐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며 유가는 큰 폭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11달러(3.04%) 오른 배럴당 71.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원유가격은 달러화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요가 늘면서 상승한다.
유럽증시는 독일을 제외하고는 상승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은 0.87%, 프랑스 CAC 40 지수는 0.59%, 영국 FTSE100지수는 1.33% 상승했다. 독일 DAX 지수는 0.08% 하락한 약보합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