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쳤다"…기지개 펴는 화학株
by양지윤 기자
2023.06.07 06:31:00
중국, 올해 신증설 마무리
석유화학 시황, 다운사이클 막바지 기대감 고조
인도, 中 겨냥 PVC 세이프가드…한화솔루션·LG화학 반사이익
업황 상승반전 전 선매수 전략…상승 여력↑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난 2020년부터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증설로 다운사이클(업황부진)에 접어들었던 석유화학주가 2분기 들어 반등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내년부터 증설물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거나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석유화학 종목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200 에너지화학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97(1%) 오른 1617.7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200에너지화학지수는 정유사를 포함해 LG화학(051910)과 롯데케미칼(011170), 한화솔루션(009830), 금호석유(011780)화학, 대한유화(006650), 효성첨단소재(298050),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등 주요 화학사 등을 담고 있다. 지수는 연초 1440선에서 출발한 후 등락을 반복하며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4.16% 뛰었다.
석유화학 업계에 불어닥친 다운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2020년부터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나프타분해설비(NCC) 증설은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NCC는 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해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비롯해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다. 중국은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2200만톤(t) 규모(에틸렌 기준) 신증설을 진행, 생산능력을 기존보다 88%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남은 증설은 900만~1000만t 규모로, 석유화학 업황은 올해 바닥을 찍고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수요 감소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제 느리더라도 추세적인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라며 “올 하반기는 낮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화학사들의 유틸리티 비용 부담이 감소했고 낮은 나프타 가격도 현재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화학 시황의 하방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올 하반기부터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화학주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4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인 것을 비롯해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지수도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 이에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시장 예상보다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인프라 부문의 투자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3월 말 기준 중국 건설사업 활동 지수는 65.6으로 작년 12월 말(54.4)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인프라는 소매부문 대비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하반기 본격적인 수요 회복과 가격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인도의 폴리염화비닐(PVC)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도는 지난달 중순 잔류 비닐클로라이드모노머(VCM)가 2ppm을 웃도는 PVC 수입품에 대해 매 분기별로 쿼터를 정하는 양적 제한 조치를 발효했다. 이는 사실상 카바이드공법(석탄분해설비에서 에틸렌을 뽑아 PVC 생산하는 방식)이 생산설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인도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반사이익을 누리거나 밸류에이션이 바닥을 찍은 종목군에 관심을 둘 것을 조언했다. 전 연구원은 “인도 경기 회복이 최근 화학시황 주요 포인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로 중국 수입 제한됨에 따라 한화솔루션, LG화학 등 국내 PVC 업체들의 반사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티앤씨에 주목했다. 글로벌 생산능력이 크지 않은 석유화학제품 중에서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실적과 밸류에이션 모두 바닥을 찍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글로벌 1위 업체로 중국과 인도 시장 점유율이 각각 20%, 60%에 달한다. 효성첨단소재 역시 타이어코드 글로벌 1위 업체로 시장 점유율이 48%에 이른다.
업황 상승 반전을 앞두고 대형사를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을 추천하며 “오는 4분기가 3분기보다 업황 회복에 대한 투자자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대감이 낮은 현시점에서 선매수할 경우 상승 여력이 보다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