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흐지부지되나…리모델링 추진 단지 혼란

by이성기 기자
2022.10.20 07:36:13

절차 간소화, 안전진단 완화 법안 국회서 `낮잠`
10개월 새 조합 설립 단지 40% 늘어
사업 속도 위해 관련법 제정 절실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서울 동작구 사당동 `우·극·신`(우성 2·3단지, 극동, 신동아 4차) 아파트는 오는 11월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앞두고 있다. 수직·수평·별동 증축 등을 통해 5054세대 규모의 매머드 단지로 재탄생할 예정인데, 사업비만 1조5000억 규모로 국내 최대 규모의 통합 리모델링 사업으로 통한다.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다음 달 5일 조합 설립을 위한 창립 총회를 열고 연내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내년 상반기 중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9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안전진단 완화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정부의 규제 완화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리모델링 사업에 눈을 돌리는 곳이 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아파트 단지가 기대보다 속도가 더디자 리모델링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견 건설사의 전유물로 통하던 리모델링 사업에 대형 건설사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월 인천에서 리모델링 시장에 처음 진출한 데 이어 약 4개월 만인 최근 용인 수지에서 첫 단독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코오롱글로벌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포스코건설은 최근 창원 성원토월그랜드타운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공사비만 약 2조 3000억원 규모로 국내 최대 규모 리모델링 사업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리모델링 전담 부서를 운영해 온 포스코건설은 업계 단일연도 최대 실적인 누적 수주액 3조원을 넘어섰다.

시장 증가세도 눈에 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리모델링 사업 시장은 오는 2030년 약 30조원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안전진단 등급 조건 등 추진 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재건축보다 사업 추진이 쉽고 임대주택 건설 의무 등 제한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는 실제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마친 단지가 지난해 12월 전국 94개에서 지난달 기준 133곳으로 약 4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 규모. (그래픽=문승용 기자)


서울시도 지난달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변경안을 통과했다. 반면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정치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이 지난 4월 리모델링 추진 절차 간소화와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 리모델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각각 발의했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한 채 진척이 없는 형편이다.

한편, 평촌 등 1기 신도시에서는 단지별로 리모델링과 재건축, 양 선택지를 놓고 주민 사이에서 불협화음도 나오고 있다. 평촌재건축연합회 측은 최근 1기 신도시 재정비 현장 간담회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들이 무산되기도 해 주민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면서 “재건축 정책이 확실히 진행될 것이란 신뢰를 심어주면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많은 단지가 방향 설정을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