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겨냥한 나경원 “전장연 조롱 안 돼, 장애 아이 키우면서…”
by송혜수 기자
2022.03.29 07:53:14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장애인 딸을 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을 두고 “폄훼·조롱도 정치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연일 전장연 시위를 두고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사실상 겨냥한 셈이다.
나 전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장연 시위와 관련 갑론을박이 심하다”라며 “전장연이 더불어민주당에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민주당·정의당 소속이라 할 정도의 성향을 가진 단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그들이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과 달리 거친 방법의 주장을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위법한 시위 활동도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나, 지하철에 100%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위한다는 것을 조롱하거나 ‘떼법’이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전장연의 정파적 성향과 시위 방식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무조건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그것은 마치 전장연 시위대가 (할머니 임종을 가야 한다는 시민에게) ‘급하면 버스 타라’고 던지는 언급과 다름이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라며 “이동권 보장은 장애인의 생존”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수없이 좌절하고, 현실에 부딪히면서 느꼈던 것은 바로 ‘법과 제도가 제대로 안 돼 있으면 떼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전장연의 ‘그때 그때 달라요’ 시위 태도도 문제이지만 폄훼·조롱도 정치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빨리 순차적으로 예산 편성해서 이동권 보장하겠다’는 기계적 답변보다, 더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답변과 실천이 필요하다”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가 선진국이라 하겠는가. 게다가 고령인구가 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는 (이동권이)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하필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이슈 파이팅을 하나”라는 정미경 최고위원과 “국민의힘이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나”라는 조수진 최고위원의 문제 제기에 “개인 자격으로 하는 이슈 파이팅”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전장연을 향해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 또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선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임이자 인수위원(국민의힘 의원)과 김도식 인수위원(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29일 전장연 시위 현장을 방문해 입장을 경청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