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법’ 역풍에도…정부, 입법절차 강행 예고
by김미경 기자
2020.12.22 00:10:00
후퇴 없이 입법 위한 후속조치 이행
“잘못된 왜곡” 국제사회 방어 총력전
문정부 '외교력' 다시 한번 시험대
바이든 행정부 충돌 가능성도 거론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일주일 전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놓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문제 제기는 유엔으로 번지더니, 영국과 일본 등 자유진영 주요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정부와 여권은 해당 법안이 ‘주권 사항’에 해당하는 만큼 후퇴 없이 입법 절차를 위한 후속조치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남북관계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대북전단 관련법이 통과된 만큼 국제사회 부정 여론을 적극 방어해 남북관계 악화 요소를 정면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정부의 외교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21일 통일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미 의회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잇단 우려에도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절차를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이 국내법인 만큼 ‘주권 사항’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뒤 박병석 국회의장이 감사 인사를 하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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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내일 남북관계발전법이 국무회의 (의결 후) 공포될텐데 시행령 차원에서 법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도 지난 20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 인권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 “한국 정부는 법 이행을 위해 필요한 후속 조치를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의 절차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대북전단금지법이 정부로 이송돼 공포 뒤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발효된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께부터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될 방침이다.
하지만 미 조야에선 법 시행 전 관련 개정법을 재검토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반응이 여전하다.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해당 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 과잉처벌 등을 지적하며 내년 1월 청문회 개최를 공언했다. 영국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도 자국 정부에 ‘대북 전단 금지법’ 재고를 요청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미국 새 행정부와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 방어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인권을 개선한다는 증거가 없다”며 반(反)민주ㆍ반인권적 입법이라는 국제사회 비판을 정면 부인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일관된다. “인권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서 어느 가치보다 존중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번 법률 개정안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 안전을 보호하려는 최소한의 조치다”라는 설명이다.
외교부는 각국 공관을 통해 개정 법률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통일부는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균형 잡히지 않은 일부 의견이 국내·외에서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폭넓은 소통으로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법안을 주도해서 통과시킨 민주당은 더 강경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며 “편협한 주장에 깊은 유감”이라고 맞섰다.
외교가 일각에선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란이 예상보다 가열되면서 인권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에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적 측면에서 인권을 1순위로 놓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대북전단금지법이 문재인정부에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관리하면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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