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조형균 "바라만 봐도 몰입…가장 좋은 하모니의 연기죠"

by장병호 기자
2020.10.20 05:30:00

내달 재연 앞둔 뮤지컬 ''호프'' 주역들
78세 노인-원고 의인화 캐릭터로 호흡
"새로운 변화보다 초연 정서 그대로 유지"
"힘든 시기, 더 큰 위로의 메시지 전해지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무대서 연기하다 형균이를 보면 놀랄 때가 있어요. 나를 무대 위 역할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더라고요.”(김선영)

“무대 위 선영 누나를 보면 배우가 아닌 캐릭터만 보여요. 저야말로 누나 때문에 연기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었어요.”(조형균)

다음달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의 재연을 앞둔 배우 김선영, 조형균을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는 지난해 ‘호프’ 초연에서 각각 78세 노인 에바 호프와 유명 작가의 미발표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로 호흡을 맞추며 작품의 인기를 견인했다.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에서 78세 노인 에바 호프 역을 맡은 배우 김선영(오른쪽), 미발표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 역을 맡은 배우 조형균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1년여 만에 같은 작품으로 다시 만난 소감을 물었다. 두 배우는 소감 대신 서로에 대한 칭찬을 들려줬다. 선후배를 넘어 같은 동료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음이 느껴졌다. 김선영은 “상대 배우를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반응해줄 때 가장 좋은 하모니의 연기가 나온다”며 조형균과의 연기를 평가했다. 조형균은 “‘호프’란 작품이 더욱 그렇다”며 “배우들의 밸런스가 제일 중요하다”고 수긍했다.

‘호프’는 강남 작가, 김효은 작곡가가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 반환 소송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창작뮤지컬이다. 현대문학 거장의 미발표 원고를 평생 지켜온 노인 에바 호프의 이야기를 그린다. 에바 호프의 기구한 인생을 통해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의 소중함을 전하며 감동과 위로를 담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데뷔 21년째인 김선영은 팬들 사이에서 ‘여왕’으로 불리는 뮤지컬 대표 배우다. 그동안 기구한 인물을 많이 연기해 왔지만 노인 캐릭터를 맡은 것은 ‘호프’가 처음이었다. 분장까지 마다하지 않는 열연으로 제8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올해의 배우상(여자)’,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드 ‘여자주연상’을 석권했다. 김선영은 “에바 호프로 무대에 서면서 나 역시 어린 시절에 상처가 있었음을 생각하게 됐다”며 “스스로에게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소중하고 강렬한 체험이 됐다”고 말했다.

2007년 데뷔한 조형균은 대학로 중소극장과 대극장을 넘나들며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뮤지컬배우다. ‘호프’에서 맡은 K는 무대 위에서 에바 호프를 지켜보는 관찰자 캐릭터. 무대 위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다 극 말미에 이르러 에바 호프에게 “너의 이야기로 채워”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조형균은 “말 한마디 없이 무대에 서 있어야 하는 캐릭터지만 단 한 번도 지루한 순간이 없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에서 78세 노인 에바 호프 역을 맡은 배우 김선영(오른쪽), 미발표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 역을 맡은 배우 조형균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창작뮤지컬의 경우 재연에 오르면 초연에 없었던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선영, 조형균은 “‘호프’ 만큼은 재연에서 무언가를 더하지 않고 초연 때의 정서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보다 깊어진 작품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호프’는 지난해 호평에 힘입어 1년여 만에 재연이 성사됐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두 배우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조형균은 올 상반기 ‘신과 함께_저승편’ ‘마마, 돈 크라이’ 등이 취소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6개월을 쉬어야 했다. 김선영도 지난 8월 말 뮤지컬 ‘제이미’가 1주일 가량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 두 사람은 “작년에 많은 사랑을 받은 ‘호프’가 더 늦지 않게 무대에 올라갈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아이러니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 ‘호프’가 가진 위로의 메시지가 더 강렬하게 관객에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호프’는 오는 11월 19일부터 내년 2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에서 78세 노인 에바 호프 역을 맡은 배우 김선영(오른쪽), 미발표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 역을 맡은 배우 조형균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