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인하 6명 Vs 동결 5명 '팽팽'
by김혜미 기자
2020.05.25 05:00:00
[이데일리폴]금리인하 의견 6명·금리동결 의견 5명
동결시에도 추후 한 차례 0.25%P 금리 인하 전망
신임 금통위원 3명..소수의견 제시여부에 촉각
[이데일리 김혜미 원다연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최악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제로(0) 금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금통위가 지난 3월 0.5% 파격 인하에 이은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 지표는 금리인하 필요성을 압박하고 있다. 긴급난지원금 지급 등 정부의 확장적 재정지출에도 불구, 성장 전망은 어느때보다 어둡다. 사상 최저수준 금리에도 자금조달에 애를 먹는 기업들이 적지 않고 물가는 0%대까지 떨어졌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황의 긴급성 등을 감안할 때 통화보다는 재정정책이 우선이라는 지적과 실효하한을 감안할 때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금리인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도 있다.
24일 이데일리가 국내 경제·금융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명은 금리 인하를, 5명은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인하 결정시 금리 인하폭은 0.25%포인트로 제시됐다.
금리 인하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경제지표에 반영되는 가운데 앞으로도 부진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은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에 나선 정부와 정책 공조에 나설 것이란 판단이다.
이달 초 발표된 경제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경제가 입은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4월 수출은 24.3% 감소하면서 무역수지가 99개월 만에 적자전환했다. 이번 달 1~20일 수출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20.3% 감소했다. 국내 경제지표도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기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재개 기대감에도 불구, 실물 경제회복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3차 추가경정예산이 예고돼 있는 만큼 한은도 적극적인 통화정책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국고채 시장은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837%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장기금리가 하향 안정되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서 재정과 통화정책이 공조한 정책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도 신중론을 펼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동결 의견을 낸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보다는 다른 수단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를 아껴 둘 것으로 봤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둔화하는 경제충격에 대응하기보다 어려운 가계와 기업에 신용공여 등의 유동성 공급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동결 의견을 낸 경우에도 추후 한은이 사실상 마지노선인 0.5%로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현재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가 0~0.25%로 사실상 제로금리인 점을 감안해 일반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을 0.5%로 본다. 실효하한은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이 금리를 내렸을 때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을 말한다. 그 이상으로 낮추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금융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금통위에서 또다른 관심사는 조윤제·주상영·서영경 등 3명의 신임 금통위원이 어떤 목소리를 낼 지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신임 금통위원들이 현재 국내 경제 여건과 금융시장 안정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첫 회의인 만큼 이들의 성향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 동결을 전망하면서도 조윤제·주상영 두 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봤다.
앞서 조윤제 위원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 씽크탱크를 운영했고, 주상영 위원은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골자를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친(親)정부 성향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주 위원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해온 만큼정책공조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최초의 여성 부총재보였던 서영경 위원이 어떤 목소리를 낼 지도 주목된다. 기존 금통위원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와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돼왔다. 기존 한은 금통위원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었던 임지원 위원도 매파 성향이 뚜렷하다. 지난 3월 한은이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라는 ‘빅 컷’을 단행할 때 임 위원은 0.25%포인트 인하라는 소수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