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국민가격'에 롯데 '극한가격' 맞불…저가경쟁 회귀
by함지현 기자
2019.04.19 07:48:34
롯데마트, 이마트·쿠팡보다 싼 ''온·오프 최저가'' 선언
이마트, 상시적 초저가 추진…노브랜드·트레이더스 동참
역성장 돌파구 찾기…"출혈 경쟁, 장기화 부담" 조언도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대형마트 ‘가격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마트가 생활필수품 가격을 할인하는 ‘국민가격’을 선보이며 주목받자 롯데가 온·오프라인 최저가인 ‘극한 가격’으로 맞불을 놨기 때문이다.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 모아야 하는 대형마트는 2010년대 초반 초저가 경쟁을 벌이다 부담이 커지자 자체 브랜드(PB)를 필두로 한 차별화·단독 상품으로 경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이커머스와 편의점 등 경쟁자가 다양해지고 소비침체로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자 다시 가격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방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21주년과 롯데 7개 쇼핑몰의 통합 애플리케이션인 ‘롯데 온(ON)’ 탄생을 기념해 온·오프라인 최저가인 ‘극한 가격’을 진행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이마트 온라인몰, 온라인에서는 쿠팡과 가격을 비교해 최저가 상품을 고객에게 선보이는 전략이다. 가격은 각 사별로 다른 규격을 감안해 산출한 단위당 가격을 비교해 정한다. 오는 24일까지 1주일간 진행하는 최저가 상품은 지난 15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타사 상품과 가격을 비교해 산정했다. 19일부터는 매일 오전 9시에 이마트, 쿠팡 상품과 단위당 가격을 비교해 하루에 한 번 최저가로 가격을 변경할 예정이다.
대표 상품은 ‘팔도 비빔면(5입)’ 3530원, ‘비트 액체 진드기 세제(각 3L, 일반·드럼)’ 각 6800원, ‘롯데푸드 라퀴진 베이컨(120g×2)’ 5980원 등이다.
롯데마트는 향후에도 ‘극한 가격’ 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쳐 가격 경쟁력을 고객에게 인지시켜 나갈 계획이다.
다소 일시적으로 보이는 롯데마트와 달리 경쟁사인 이마트는 상시적으로 초저가 상품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신년사에서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언급한 만큼 상식을 벗어난 가격에 상품을 선보이기 위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올 초부터 이마트에서 선보인 ‘국민가격’이다. 국민가격은 소비자들의 물가부담을 낮추기 위해 장바구니 핵심 상품만 엄선해 행사상품으로 채택하는 행사다. 매월 두 차례에 걸쳐 일주일씩 진행하며 최대 60%의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실적도 내고 있다. 최고 할인율인 61%를 기록했던 3월 1주차 제주 은갈치는 행사기간 41만 마리 이상이 팔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4% 신장했다. 990원에 선보인 ‘활 전복’과 삼겹살은 각각 준비한 74t과 300t 물량이 완판 됐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상반기 최대 비성수기인 4월을 맞아 ‘국민가격’과 ‘블랙이오’를 동시에 진행할 정도로 불황 타개책으로 할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블랙이오는 이마트 만의 ‘블랙프라이데이’를 지향하는 대규모 할인행사다.
이마트가 운영 중인 전문점들 역시 상시적인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먼저 노브랜드는 해외 전문 제조공장을 찾아 직접 구매하거나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국내 중소기업 상품을 발굴한다. 상품의 질을 좌우하는 맛이나 본연의 기능을 제외한 마케팅이나 디자인과 같은 비용은 최소화한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일반 마트와 비교해 용량을 대폭 키운 대용량 상품을 중심으로 가격대를 일반 할인점 대비 평균 8~15%가량 저렴하게 낮췄다.
병행수입과 트레이더스 직소싱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해외 상품을 소개하고 트레이더스 자체브랜드 ‘트레이더스 딜’도 운영하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가 이처럼 가격 경쟁에 나선 이유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같은 사회적 변화에 기인한 유통가 판도 변화에 경기불황·소비침체까지 더해지며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매출 동향 조사에서 대형마트는 2018년 매출이 전년 대비 2.3% 감소하며 오프라인 소매업 중 유일하게 역 신장을 기록했다. 편의점이 8.5%, 온라인 업체들이 15.9%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는데 경기 불황이 이어지다 보니 다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시도하는 모습”이라며 “다만 일방적인 출혈 경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