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과자종합선물세트’는 다 어디 갔을까

by강신우 기자
2019.01.25 06:55:00

1980·90년대 아이들 인기선물세트로 ‘호황’
공장 자동화하며 ‘인건비’ 탓에 생산 중단
소포장 묶음 제품이나 한정판매 하기도

(사진=롯데제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어릴 적 명절 때 ‘과자종합선물세트’를 친척들이 사오면 그 안에 어떤 과자가 들었을지 비닐포장을 뜯으며 설렌 적이 있다. 동생과 함께 가위 바위 보를 하며 과자를 나눠 갖는 재미도 쏠쏠했다.”(직장인 송 모(35) 씨)

1980년~90년대 아이들 명절 선물세트로 인기를 누렸던 ‘과자종합선물세트’. 박스 크기와 포장 상태에 따라 3000원, 5000원, 1만원짜리로 나뉘며 과자와 초콜릿, 사탕, 껌 등 다양한 제과제품이 들어 있어 ‘가심(心)비’가 좋았던 과자종합선물세트가 이제는 ‘추억 속 상품’이 됐다.

24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 농심, 크라운해태, 오리온 등 주요 제과업체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과자종합선물세트를 생산했다. 1990년대까지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 시즌이면 온 국민이 한 번쯤 받거나 선물해본 ‘인기선물’로 꼽혔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TV 광고까지 방영하며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과자선물세트가 쇠락의 길을 걸은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과자 이외에도 간식거리가 다양해진데다 제과업체도 자동화 공장 설비를 갖추면서 과자선물세트의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자선물세트를 포장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며 “공장 자동화 이후 과자선물세트를 따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력을 별도로 뽑아야 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과자종합선물세트는 2000년대 이후부턴 새로운 포장 형태로 진화했다. 같은 과자를 소포장 생산해 인기과자를 묶어 따로 파는 방식이다. 이렇게 묶어 파는 과자는 아이들 간식용이나 어른들 안주용으로 주로 소비되고 있다.



(사진=농심)
농심은 일명 ‘깡삼형제’인 감자깡과 양파깡, 고구마깡에 꿀꽈배기를 묶은 ‘스낵기획팩’을 2007년부터 생산해 창고형 할인매장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스낵모음은 깡삼형제 이외에도 농심의 장수 히트 브랜드인 자갈치, 포스틱 등의 스낵 36봉으로 구성했다.

농심스낵모음은 해마다 꾸준히 판매가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스낵모음 기획팩은 다양한 맛의 스낵을 한 번에 즐기는 재미와 만족감 등으로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며 “창고형 할인매장 중심으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오리온)
오리온 역시 인기 스낵인 ‘감자스낵’을 소용량(30g)으로 만들어 묶음 판매 하고 있다. 이 제품은 야외활동이 많은 여름 바캉스철 매출이 높다. 지난해 7월 한 달 매출액만 4억5000억원 가량 나왔다.

오리온 관계자는 “소용량 팩은 여름철 안주로 여러 제품을 다양하게 맛보고 여러 명이 나눠먹기에 좋다”며 “야외 활동 시 들고 다니기 편하고 한 번에 부담 없이 먹을 정도의 적당한 양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패키지 상품”이라고 말했다.

과자종합세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제과업계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있는 만화 캐릭터로 포장한 상자에 인기 과자를 넣은 상품을 명절 등 특별시즌에 한정수량으로 팔고 있다.
(사진=오리온)
오리온은 이번 설을 맞아 ‘상어 패밀리 선물세트’와 ‘정(情) 파이 선물세트’를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상어 패밀리 선물세트는 고래밥과 상어밥을 비롯해 초코파이, 초코송이, 왕꿈틀이 등 11종의 인기 과자로 구성됐다. 아이들을 겨냥해 상어를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패키지 모양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정 파이 선물세트에는 초코파이와 후레쉬베리, 카스타드 3종이 담겼다.

(사진=롯데제과)
앞서 롯데제과는 지난 추석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의 캐릭터를 활용한 과자선물세트를 선보였다. 과자선물세트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7종의 다양한 제품이 들어있다. 과일 맛이 일품인 ‘수박바 왓따’, ‘청포도 캔디’ 등 인기 껌, 캔디 제품과 ‘칸쵸’, ‘꼬깔콘’ 등 비스킷과 스낵 제품으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