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증시인물]산타란 없다…동심파괴자 '트럼프'

by이슬기 기자
2018.12.29 08:00:00

산타랠리 기대한 시장에 셧다운·파월 해임 등 폭탄던져
백악관 긴급진화에 주가↑…''배당락일'' 韓만 보합권

지난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이 아이들에게 산타의 가상 위치를 알려주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오래된 크리스마스 전야행사를 돕고 있는 모습. 이 통화에서 트럼프는 콜먼 로이드(7)에게 “산타를 믿니”라는 질문을 던져서 비판을 받았다. 좌측은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이다.(사진=멜라니아 트럼프 트위터)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아직도 산타의 존재를 믿니? 그만 믿을 만 하지 않니?”

올해 크리스마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7살 꼬마와의 통화에서 던진 말이다. 다행히 꼬마는 이날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 선물을 발견했고, 트럼프의 ‘동심파괴’ 질문에도 산타의 존재를 계속 믿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산타를 믿니?’. 트럼프는 같은 질문을 글로벌 증시에도 던졌다. 이번주 산타 랠리를 기대하던 시장에 마치 ‘산타란 없어’라고 말하는 듯이 폭탄을 던졌기 때문이다.

2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4일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2%대 하락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일본 닛케이지수 역시 25일 5%나 급락했고, 같은 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88% 하락했다. 26일 연휴를 마치고 열린 코스피 시장 역시 1%대 하락하며 장을 마감해야만 했다.

이는 트럼프가 성탄절을 앞두고 시장에 던진 폭탄 때문이다. 첫번째 폭탄은 연방정부 셧다운(부분폐쇄) 리스크였다.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 끝에 미국 연방정부는 22시 0시(현지시간)를 기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장벽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맞서며 셧다운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대두되며 시장이 급랭했다.



두번째 폭탄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해임설이다. 트럼프는 줄곧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는 것에 대해 “미쳤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해 왔다. 그럼에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또다시 금리를 올리자 이에 격분한 트럼프가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자 전 세계 증시는 폭삭 주저앉았다.

시장의 동심을 파괴한 건 너무하다고 생각했을까. 트럼프는 약간의 시장 달래기에도 나섰다. 26일(현지시간) 백악관은 “파월 의장은 100% 안전하다”며 해임설을 잠재웠다. 이에 더해 “연말 소비판매가 지붕을 뚫고 올랐다”면서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미국 신용카드 업체 마스터카드에 따르면 11월부터 성탄전야까지 소매판매가 지난해보다 5.1% 늘어 6년 사이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증시는 급등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086.25포인트(4.98%) 급등한 22878.45에 장을 마쳤고, 나스닥 지수도 361.44포인트(5.84%) 폭등한 6,554.35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하루에 1000포인트 이상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닛케이지수 역시 이튿날 4% 가까이 오르며 2만포인트를 회복했다.

그러나 27일 한국 증시는 이같은 기대감에도 배당락 효과로 고작 0.02% 오르며 장을 마쳤다. 배당락 효과란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나면 보유 현금이 그만큼 줄어들어 기업 가치인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이슈들로 이번 주(24~28일) 코스피지수는 전주대비 0.99% 하락한 2041.04에 마감했다.

다음 주는 미국 중간선거로 선출된 민주당 우세 연방 하원이 개원되는 만큼 셧다운 이슈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시장은 트럼프가 국경장벽 예산안을 굳게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셧다운 기간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