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8.2 부동산 대책, 서민을 위한 것인가?

by성문재 기자
2017.08.23 05:30:00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부에서 무시무시한 대책을 내놓은 지도 이젠 조금 지나서인지 시장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정책이 발표될 때 예상되는 효과로 거래량 감소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단기적 가격 조정, 이로 인한 서울 집값의 단기적 하락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나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다시 원상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실제 시장은 그런 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정책 발표 일주일 만에 서울의 아파트 값이 0.03% 빠진 걸로 조사됐다. 무려 75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자세히 보면 강남 3구 아파트값이 빠진 것이 눈에 띈다. 이는 부동산114 조사가 밝히고 있듯이 재건축 아파트가 일주일 만에 0.25% 빠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풍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 인근과 서울 남부 경계부의 집값이 일주일 만에 확연히 오르는 모습이다.

거래절벽 현상은 예상외로 심각하다. 발표 전후 일주일간의 거래량이 전국은 57.1%, 서울은 81.5%나 줄었다. 특히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거래는 89.8% 급감해 정부가 의도한 투기꾼보다 중산층의 피해가 더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보완책을 내놨다. 부부합산 소득기준을 1000만원 상향해 7000만원까지는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 잔금을 치르지 못한 사람들도 소급해서 대출 비율을 상향토록 했다. 그래도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이 6억2888만원인데, 6억원으로 규제가 묶여 있어서 절반 이상이 투기자로 취급된다는 점과 착실히 내집 마련을 준비한 30~40대 상당수가 청약가점제의 강화로 인해 희망이 사라진 점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정책을 마련함에 있어서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양적완화와 금리인하는 전 세계적 추세였다. 그래서 선진국들도 대도시 집값 폭등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은 뉴욕, 런던, 도쿄, 코펜하겐 등과 비교했을 때 상승세가 아주 낮게 유지된 편이다. 그런데도 선진국에서는 집값을 잡기 위해 우리와 같은 정책을 하지 않고 있다. 집값 잡으려다 경제, 특히 서민경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서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고 이들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 이들은 정부에서 못하는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임대사업자로 전환시키는 것은 다른 정책수단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번 정책은 다주택자를 활용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선진국들 트렌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이들이 주택 투자를 줄인다면 중장기적으로 임대주택 부족으로 인해 서민 생활이 더욱 곤란해진다. 그리고 작년 경제성장의 절반은 건설업에서 나왔는데 건설업 위축으로 인한 서민 생활고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인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과 전월세 상한제, 보유세 인상 등이 시장 상황과 관련 없이 계속해서 터져 나온다면 경제가 버틸지 우려된다. 외환위기 때 집값이 전국적으로 12% 정도 빠졌다. 그때 서민들이 행복해졌고 투기꾼을 근절시켰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대해 논의가 활발했다. 갑작스런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그리고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촉발된 것이다. 지금은 이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우리 경제가 잘 버티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제부터라도 대책을 만들 때 강남 집값이라는 편협된 목표를 잡지 말고 거시경제적 측면과 서민생활에 대한 여파를 감안해야 하고, 집행할 때도 최근 재빠른 보완책 마련과 같은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책이 만들어지면 규제의 대상자가 얼마이고, 경제적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를 미리 연구해야 할 것이며, 비밀작전처럼 수행하지 말고 국민들과 좀 더 소통해야 진정한 서민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