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6.11.21 06:00:00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4차 주말 촛불집회가 그제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구·광주 등 전국에서 열렸다. 집회에는 95만명(경찰 추산 26만명)이 참여해 3차 촛불집회 열기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국정을 재개한 데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반영한다. ‘범죄자 박근혜 구속’이라는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 번 불붙은 촛불은 국민 요구가 수용되기 전까지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헌정질서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이 땅에 올바른 정치 풍토를 구축해야 한다는 함성이다. 수많은 인파가 집결했으면서도 질서있게 시위를 마무리한 데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번 일련의 사태에 우리 모두의 ‘원죄’도 간과할 수 없다. 지도자를 제대로 뽑지 못한 업보인 셈이다. 여기저기서 국정농단이 자행되고 있었으나 사회적인 고발이 이뤄지지도 않았다.
그런 점에서 “헬조선이라고 말하기 전에 투표부터 하라”는 조정래 작가의 질책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가 최근 자신의 소설 ‘정글만리’ 영문판 출간 기념회에서 젊은이들에게 충고한 얘기다. “20~30대들은 총선이든, 대선이든 투표율이 25%밖에 안 된다”며 “선거 때면 놀러 가는 사람들이 헬조선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릇된 정치 풍토에 분노하면서도 정작 투표 때는 무관심한 세태에 대한 쓴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