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언제 털까요" "오후보다 오전이 낫지요"

by오현주 기자
2015.12.02 06:17:00

괴짜경제학 저자들, 괴짜질문에 답하다
Q. 은행강도 수입은
A. 평균 477만원…금요일 몰려
Q. 진정한 민주주의 길은
A. 돈 주고 투표하는 것
Q. 집값 떨어져 걱정돼
A. 옆집도 떨어지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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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경제학
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328쪽|위즈덤하우스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유능하든 무능하든 경제학자라면 꿰뚫고 있는 게 있다. ‘가격’이다. 경제학자에게 가격은 ‘세상을 정돈해주는 도구’다. 과연 일반인에게도 그런가. 아니다. 보통 사람에게 가격은 ‘세상 모든 불평거리의 원형’에 가깝다.

하나만 먼저 보자. 집값. 집값이 떨어졌다는 소리가 들리면 집 소유주는 몹시 언짢다. 하지만 경제학자가 볼 땐 대수롭지 않다. 얼마가 떨어졌든 그냥 살아오던 대로 잘살게 마련이니까. 금융위기 한해 전인 2007년 미국서 집값이 6% 하락했다. 주택 소유자 전체가 잃은 돈이 7200억달러(약 833조원)가 될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일반주택 소유주의 수만큼 나눠봤더니 대략 1만 8000달러(약 2000만원) 정도. 그럼에도 이들에겐 기분 언짢은 것이 사실상 전부라는 거다. 만약 누군가 이 돈이 고스란히 든 지갑을 도둑맞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터. 따지고 보면 자산가치가 줄어든 건 집값이 떨어지나 지갑을 도둑맞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양쪽의 상실감은 비교가 안 된다. 자기집의 가치를 당장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눈앞에서 돈이 휙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결정적으로는 옆집 앞집 뒷집도 다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유가에 ‘만세’를 외칠 수 있는 것도 경제학자라서 가능하다고 했다. 경제학자가 볼 때 고유가로 유류세를 높여야 하는 이유는 운전 관련 비용 중 ‘내가 지불하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대신 지불하는’ 온갖 비용을 상쇄할 만큼은 돼야 해서다. 교통체증, 교통사고, 지구온난화 등이 대표적 비용인데 낮은 유가에서 이를 죄다 따져봤더니 현재 미국서 1갤런당 18.4센트에 불과한 유류세를 최소한 1달러로는 인상해야 하겠더란 거다. 1달러 유류세를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무조건 뽑겠다는 겁 없는 역설까지 던졌다.

10년 전 출간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괴짜경제학’의 저자들이 다시 뭉쳤다. 발단도 ‘괴짜경제학’이다. 책을 낸 후 반응이 뜨거워지자 웹사이트를 열고, 경제학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건넨 거창한 혹은 소소한 질문에 답변을 붙여나가기 시작한 거다. 그렇게 쌓은 것이 8000여개. 두 저자는 이 중 100여개를 뽑고 살을 붙이고 체험을 소개하고 인터뷰를 달아 다시 한권으로 꾸려냈다.

수치 일색의 딱딱한 경제학과는 거리가 멀다. 생활밀착형인데다가 저자들조차 ‘괴짜’를 타이틀로 내걸었듯 황당한 설정과 반전, 추론도 적지 않다. 표제만 몇개 뽑아보면 이런 식이다. ‘똑똑하고 안전하게 무임승차하는 법’ ‘오토바이 위험성에 관한 통계학적 변명’ ‘도박사이트 폐쇄해봤자 효과 없는 이유’ ‘섹스에 세금을 매겨야 할 때’ ‘부자들의 충치가 점점 심해지는 딜레마’ 등등. 발상은 엉뚱한데 그 잣대로 점검한 경제시스템이 시선을 끈다. 억지를 누른 설득력이 있다는 뜻이다.

▲목요일은 은행털기에 가장 좋은 날?



한 불운한 남자가 시내 6곳의 은행을 털다가 잡혔다. 매번 목요일이었다. 왜 그랬을까. 저자들이 나섰다. 은행강도업의 현실성을 따져보기로 한 것이다. 통계를 봤다. 미국선 연간 5000건의 은행강도사건이 발생하는데 20%인 1000건 이상이 금요일에 몰려 있다. 다음이 화요일, 목요일 순. 당장 앞서 잡힌 남자의 목요일 행각은 별 근거가 없어 보인다. 그간 은행강도들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별로 유능하지 않았다는 점도 꼬집었다. 6.5대 3.5 정도로 오전 상황이 괜찮은데 다들 오후에 털어댔다는 거다. 성공했을 때 수익은 평균 4120달러(약 477만원). 그나마 35%는 바로 체포됐다. 다른 나라 사정을 봤다. 영국이 좀 다르더란다. 성공률과 체포율은 비슷하지만 평균 3만달러를 빼내갔다. 계산기를 두들기며 은행강도업을 따져보던 저자들은 그냥 판을 접기로 한다. 남는 장사가 아니니까. “은행강도의 평균수익은 형편없으며 수익성 좋은 직업이 되기에 아쉬움이 많다.” 이것이 결론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돈 주고 투표하는 것

민주주의를 위해 ‘돈 주고’ 투표하자는 의견도 냈다. 투표한 횟수의 제곱만큼. 처음 1달러로 투표했다면 두번째는 4달러, 세번째는 9달러 식. 100번째는 1만달러가 필요하다. 유권자가 원하는 만큼 투표하게 하자는 이런 ‘발칙한’ 의견에는 어떤 제도도 공정성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란 이론을 들이댔다. ‘돈 주는 투표’는 유권자가 선호하는 후보를 알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선호도가 얼마나 강한지를 포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단다. 그냥 황당한가. 그렇지만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다수가 두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시스템이 효과가 있단다. 영화를 고르든 메뉴를 고르든. 물론 전제가 있다. 투표를 위해 거둬들인 돈을 참가자에게 고르게 재분배하는 것이다.

▲“돈 벌고 싶은가, 치열하게 관찰하라”

최소한 책에선 ‘경제학’으로 위축될 일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단단한 심지 하나는 박아뒀다. 돈 버는 눈을 기르려면 치열하게 관찰하라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색안경이다. 경제학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생각법은 다르단다. 그러니 경제학자의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한번 보라고 했다. 얼마나 버라이어티한지.

정통경제학에도 반한다. 현대 시장경제의 ‘보이는 손’에 대한 설파니. 손을 댈수록 경제는 다듬어진다. 그러니 세금을 낼 때는 물론 자선을 베풀 때조차 경제원리를 따지라고 조언한다. ‘세상 모든 것의 이면을 파헤치는 연장이 경제학’이란 저자들의 자체 정의가 먹히는 대목이다. 허우대를 세우자는 게 아니다. 그 반대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과 형편을 경제학 프리즘으로 들여다보자는. 그러다가 돈이 흘러가는 법칙이 보이면 인생 살아가는 기술 한 토막 얻는 거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