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커피전문점 카페베네-이디야, 엇갈린 희비

by염지현 기자
2015.10.11 09:41:59

국내 최대 가맹점 이디야vs부채비율 700%↑ 카페베네
이디야커피, 금융권 출신 대표의 실속 경영 통해
카페베네, 스타 마케팅·몸집 불리기로 영업손실 커져

이디야 커피는 지난 3월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로는 처음으로 1500호점을 돌파했다. (사진=이디야 커피)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상반된 사업 전략을 펴온 국내 토종 커피프랜차이즈 ‘이디야 커피’와 ‘카페베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광고 없이 시작해 초반에 주목받지 못한 이디야 커피는 내실 경영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가맹점을 보유한 커피 업체로 성장했다. 톱스타 마케팅으로 화려하게 시작한 카페베네는 손실과 부채에 짓눌리다가 최근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이디야의 지난해 매출은 1162억원, 영업이익은 1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9%, 66.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13억원으로 57% 늘었다. 이디야의 탄탄한 재무 구조는 부채비율에서 드러난다. 2012년 137%였던 부채 비율은 지난해 104%까지 줄어들었다.

적자 경영에 시달린 카페베네는 최근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최승우(사진) 전 웅진식품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카페베네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매출 129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4%나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49억원으로 44%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이 75억원으로 전년도(12억원)보다 525% 상승했다. 부채 비율은 더 심각하다. 2012년 520%에서 지난해엔 712%로 200% 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두 회사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2001년 설립된 이디야는 3년 후 유레카벤처라는 투자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문창기 대표에게 인수된다. 문 대표는 동화은행, 삼성증권을 거쳐 직접 투자컨설팅 회사를 차린 금융권 출신이다. 2000년대 한창 스타마케팅이 유행하고, 화려한 인테리어로 이목을 끄는 업체들이 많았지만 숫자에 밝은 문 대표는 이를 지양하고 가격 거품을 뺐다. 또 몸집 부풀리기에 나서지 않고 커피 사업 한 우물만을 팠다.



반면 카페베네는 스타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한예슬, 송승헌 등 당대 최고 모델을 얼굴로 내세웠다. 삼겹살, 감자탕 전문점을 잇달아 성공시킨 후 프랜차이즈 업계 스타 경영자로 떠오른 김선권의 작품이었다. 2008년 두 개 매장으로 시작했던 카페베네는 2010년 300호점, 2011년엔 670개점을 돌파했다. 거의 하루에 한 개씩 매장이 생겨난 셈이다. 승승장구하던 카페베네는 2012년을 기점으로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이커리 전문점, 드럭스토어 등 단기간에 벌인 사업이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최근 카페베네는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32억원 마이너스로 돌아설 정도로 손실이 커지자 내린 변화다. 김선권 회장은 경영 2선으로 한발 물러나고, 최승우 전 웅진식품 대표가 경영 일선을 지휘하기로 했다. 최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군살 없는 조직을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라는 게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인원 감축이 아닌 말 그대로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얘기다”라며 “단기적으론 실적 개선에 가장 중점을 두고, 이후엔 해외 사업이나 중장기적인 과제의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프랜차이즈 컨설팅업체 대표는 “경기 영향을 많이 받고,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식음료 가맹 사업 분야는 장사가 잘 될 때는 쉽게 뜰 수 있지만 그만큼 부침이 많아 안정적인 사업 전략이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