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15.05.12 07:00:00
악화업종 설문 2위..빅3에도 우려 가중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조선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망가진 재무상태와 전례 없는 저유가 탓에 올해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21회 SRE에서 조선업은 173명 가운데 35.8%에 이르는 62명(중복응답 가능)에게서 ‘최근 6개월 동안 업황이 나빠진 산업’으로 꼽혔다. 지난 20회에 이어 한 번 더 정유의 뒤를 이어 2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상반기인 19회 SRE에서는 당시 109명 중 3.7%(4명)만 조선의 업황을 우려했지만 하반기 어닝쇼크 이후 시장을 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번 SRE에서 71명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중 35.2%(25명)와 102명의 매니저와 브로커 등 비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36.3%(37명)가 조선의 업황 둔화를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거의 없다는 점이다. 업황 악화 1위를 차지한 정유조차 설문자의 21.4%(37명)가 ‘향후 1년 내 개선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조선이 나아질 것이라 답한 이들은 단 4.0%(7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분기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는 현대중공업이 파문을 일으켰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1조9346억원(별도기준)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어닝쇼크에서 비껴간 대우조선해양 역시 2010년 8.38%대이던 영업이익률이 2012년부터 3%대로 내려오며 부진에 시달렸다. 영업현금 대비 과도한 재무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와 초도프로젝트 공기 지연으로 수익성 저하가 심화됐다. 그나마 버티고 있던 ‘빅3’의 수익성 저하에 조선업종을 둘러싼 우려는 짙어졌다.
선박대금 결제 방식 역시 조선사의 현금 흐름을 제약하며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계약이나 탑재시기가 아닌 인도 시기 절반 이상의 대금을 지급하는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에 조선사는 순차입금 증가라는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해양플랜트는 선수율이 낮고 건조기간이 긴 만큼 헤비테일 방식이 주를 이룬다.
가뜩이나 신규 수주가 부족한 가운데 헤비테일이 심화되며 조선사들은 자금확보에 허덕이게 됐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차입금은 급증했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5개 조선사의 총 차입금은 지난 2010년 9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22조원으로 급증하게 됐다.
한 자문위원은 “STX조선해양이나 한진중공업이 이미 시장 관심권에서 멀어진 상태에서 설마했던 빅3까지 나가떨어진 것”이라며 “과거에 얼마를 벌었는지 시계열적 분석은 전혀 필요없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엉망이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