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상법과 상속세, 패키지 딜 필요하다

by이승현 기자
2025.03.05 06:00:00

국장 활성화 위해 野 '상법 개정' 與 '상속세 개편' 주장
지난해부터 서로 해법에 대한 반대 논쟁만 이어와
與, 상법 받을테니 상속세 같이 풀자고 제안해야
상법 상정 미뤄지면서 아직 기회있어

[이데일리 이승현 증권시장부장]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권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선 코리아 밸류업, 코리아 부스트업이란 명칭으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에 회사의 이익과 더불어 주주의 이익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이 오너 일가 또는 일부 대주주만을 위해 경영을 하다보니 상당수 의사 결정이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반하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의 핵심사업을 쪼개 상장하거나 합병 가치가 없는 기업을 경영상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합병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상법 개정을 통해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재계와 정부여당은 소송 남발 등으로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내세운 밸류업 방안의 핵심은 상속세 개편이다. 현행 상속세율이 너무 높아 기업들이 승계 과정에서 일부러 주가를 낮추다 보니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여당은 지난해 세법 개정안을 내면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부자감세’라며 반대했고 결국 상속세 개편안은 무산됐다.

지금까지 보면 거대양당이 서로 해법을 내놓고 내 것은 맞고 상대방 해법은 틀렸다고 싸우기만 하면서 아무런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치권을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정말 주식시장을 살리고 싶다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각자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국장 활성화에 진짜 관심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점에서 거대양당의 정치력 부재는 너무나 뼈 아프다. 지난해 하반기, 야당이 상법 개정을 꺼내들었을 때 여당은 이를 의석수로 막지 못할 상황이라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상속세 개편과 함께 묶어 논의하자고 제안했어야 했다.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한발짝씩 양보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따져보면 상법과 상속세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고 서로 큰 영향을 미친다. 상속세가 너무 높으니 승계를 위해 불가피하게 소액주주의 이해를 침해하는 결정을 하는 것 아닌가.

재계도 그렇다. 상법 개정에 찬성할 테니 상속세를 과감하게 현실화해 달라고 정치권에 요구했어야 했다. 모든 걸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선택도 과감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상법 개정안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상정 보류로 추가로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이재명 대표의 상속세 개편 필요성 발언으로 상속세 개편 역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권에선 이제라도 이 두 아젠다를 함께 묶어 논의해야 한다. 우리 자본시장을 살릴 수 있는 길일 뿐 아니라 정치력 없는 정치권이란 불명예를 한번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가 열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상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하자 항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