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미영 기자
2023.12.20 06:20:00
쿠팡 모회사 쿠팡Inc, 파페치 6500억 들여 인수
샤넬 등 1400개 명품브랜드, 190개국에 온라인판매
“520조 달하는 글로벌 명품시장 리더로”
온라인명품시장 성장 ‘긍정적’…“‘줍줍’ 잘했는진 의문”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가 세계 최대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5억달러(한화 약 6500억원)에 인수한다. 파페치는 샤넬·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를 전 세계에 판매하는 이커머스 업체다. 쿠팡 측은 파페치 인수로 세계 명품 시장의 리더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지만 시장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쿠팡Inc는 파페치 인수와 관련해 “쿠팡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파페치와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앞으로 파페치가 독점 브랜드와 부티크에 맞춤형 첨단 기술을 제공하고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 소비자에게 다가서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파페치는 2007년 포르투갈 출신 사업가인 호세 네베스가 영국에서 창업한 회사 명품 플랫폼이다. 2018년엔 뉴욕증시에 상장한 파페치는 샤넬·루이비통·입생로랑 등 세계적인 명품을 파는 부티크와 백화점 매장 등이 입점해 있다. 현재 50개국에서 만든 명품 브랜드 1400여개를 190개국 이상의 소비자들에 연결한다. 거래 중개로 30%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성공해 2021년 초엔 시가총액이 230억달러(약 30조원)에 달했지만, 이탈리아 패션업체 인수 등 몸집을 과도하게 불리다 최근엔 시가총액이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원)로 급락하는 등 부도 위기에 몰린 상태였다.
쿠팡은 파페치의 위상을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4000억달러(약 520조원) 규모의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단 복안이다.
다만 우선은 파페치 되살리기가 최우선 과제다.
쿠팡Inc는 파페치를 뉴용증시에서 상장폐지 시킨 후 5억달러를 투입해 회생절차를 밟으면서 내실을 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는 “앞으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다시 한 번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팡 Inc는 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탈과 함께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와 자산을 인수하는 목적으로 ‘아테나’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아테나는 인수대금 명목으로 파페치와 대출 계약(브릿지론)을 맺고 5억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다. 아테나 지분은 쿠팡Inc와 그린옥스펀드가 각각 80.1%, 19.9%를 소유한다.
쿠팡Inc의 파페치 인수에 시장 반응은 갈린다.
먼저는 쿠팡의 약점으로 꼽혀온 명품 시장을 강화했단 데서 긍정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작년 710억달러에서 올해 790억달러로 11.3% 성장했다. 이커머스 등의 약진 속에 전체 명품 시장 중 온라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1%에서 올해 19%까지 늘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수석연구원은 “파페치는 국내 직구 소비자에게도 친숙한 플랫폼”이라며 “국내외 명품의 온라인 구매가 매년 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쿠팡의 ‘명품시장 상륙 작전’이 주목된다”고 했다.
하지만 인수 소식이 전해진 당일 뉴욕증시의 쿠팡Inc 주가는 4.5% 하락했다.
국내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큰 폭의 하락은 아니지만 이번 인수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며 “쿠팡이 파페치를 어떻게 살려낼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 인기를 구가한 파페치의 기업가치가 100분의 1로 줄었는데 ‘줍줍’하듯이 인수하는 게 잘한 선택인지 의문”이라며 “악성 재고도 많은 걸로 아는데 6500억원의 투자로 파페치가 예전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쿠팡이 당장 한국에서 파페치를 어떻게 운영할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값비싼 명품을 일반 공산품처럼 로켓배송해서 집 앞에 놓아두고 갈 순 없지 않느냐”며 “한국이 파페치의 주요 판매국은 아니지만 쿠팡의 주요 무대는 맞다. 쿠팡 인수 후 파페치 운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