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파프리카 이미지 쇄신 힘썼더니…日수출 쑥"
by김은비 기자
2023.06.15 07:07:52
[FTA 20년, 세계 시장에 도전장 내민 K-농식품]③
조기심 농산 대표, 日 파프리카 수출길 개척
대형마트 중심 판매전략과 대규모 패킹하우스
정부서 수출 물류비 등 정책 지원으로 뒷받침
[김제(전북)=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한국산 파프리카는 품질이 낮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투자가 일본 수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죠.”
| 조시심 농산 대표가 전북 김제에 있는 파프리카 농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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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파프리카가 처음 국내에 보급되던 당시 수출길을 개척한 조기심 농산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전북 김제에 있는 농산은 19개의 생산자 조합법인이 만든 농업회사법인이다. 농가에서 파프리카를 생산하면 농산이 이를 공동 브랜드로 마케팅·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 농가가 현재 운영하는 파프리카 온실 면적은 12만평으로 축구장의 55배에 수준이다. 농산은 매년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해외로 수출하는데, 지난해에는 총 1000만달러(약 127억원)를 수출했다.
파프리카는 국내 신선 농산물(과채류) 수출액 5위인 대표적인 수출 상품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파프리카 수출액은 7310만달러로 전체 신선농산물 수출액(15억7660만달러)의 4.64%를 차지했다. 이 중 99%가 일본으로 수출된다. 국산 파프리카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원래 의류 사업을 했던 조 대표는 가족의 파프리카 수출을 돕기 위해 일본 시장을 조사하며 가능성을 봤다고 한다. 1993년 아직 국내에는 파프리카가 생소했지만, 일본에서는 네덜란드산 파프리카가 시장을 넓혀가고 있었다. 조 대표는 “일본은 잦은 지진으로 유리 온실을 짓기 어려워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에서 파프리카를 생산하면 가격·신선도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한국산 농산물에 대한 품질 보증이었다. 당시 한국산은 인분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인식이 있어 네덜란드산의 반값도 받기 힘들았다. 식당에 들어가는 식자재로 판매를 하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여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했다. 조 대표는 “가격을 덜 받더라도 대형마트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 관리를 위해 각 농가에서 생산된 파프리카를 한 곳에 모아서 패키징을 할 수 있는 대규모 패킹하우스도 지었다. 각 농가에서 파프리카를 출하하니 품질이 고르지 못하다는 불만이 나오면서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손해를 보면서 팔기도 했지만, 점차 한국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2000년 들어서는 수출량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있었다. 정부에서는 수출 물류비는 물론 현지 프로모션을 지원해 준 덕에 빠르게 한국 파프리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었다. 또 파프리카 수출 물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유리온실을 짓는데 평당 100만원 가량의 비용과 노후화 된 온실을 리모델링 하는 비용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줘 파프리카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부쩍 높아진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은 정부와 농가가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물류비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에 따라 내년부터 직접 지원이 없어진다. 또 파프리카는 평균 19~22℃로 온도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1년 내내 난방을 돌려야 한다. 조 대표는 “최근 전기·가스요금이 오르면서 생산비가 급등했다”며 “수출 물량에 대해서는 에너지 비용을 할인해 주는 등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제작 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