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져도 ‘그림의떡’…“대출한도도 억대로 떨어져요”
by김정현 기자
2022.09.03 10:00:00
실수요자 불만 가중…집값 내린만큼 대출한도 줄어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대출 금리가 무섭게 상승하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른 대출 한도도 급감하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도가 1년새 1억원 넘게 줄어드는 등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집값 하락 국면에서도 내집 마련은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1년새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차주가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가 급감하고 있다. 연소득이 7000만원이고 보유하고 있는 대출이 없는 경우를 시뮬레이션했더니, 1년 만에 은행권서 대출할 수 있는 한도가 5억6200만원에서 4억5080만원으로 1억1120만원 줄었다.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30년 만기로 대출했을 때 최대한 받을 수 있는 한도를 계산한 것이다. 금리는 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를 참고했다.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8월 2.88%였는데, 올해 7월에는 4.16%로 치솟았다. 8월 금리의 경우 아직 집계되지 않은 만큼, 7월 금리(4.16%)에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상승분(0.52%포인트)을 합산한 4.68%라고 가정했다.
은행권에서는 DSR 40%까지만 대출할 수 있는 만큼 A씨가 빌릴 수 있는 한도는 금리가 상승하는 정도와 비례해 줄어들게 된다. DSR이란 1년간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를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A씨의 연간 원리금이 2800만원(7000만원 x 40%)을 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가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로도 한도는 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최고 6.3%대에 이르고 있다. 만약 6.3%에 대출을 받는다면 최대 3억7700만원까지로 제한된다.
DSR 규제는 대출하는 시점에서만 충족하면 된다. 가령 7000만원 소득자가 1년 전에 ‘영끌’ 대출을 했다면 최대 5억62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는데, 6개월~12개월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했다면 현재는 이자가 더 늘어나 DSR이 40%를 초과하게 된다. 그럼에도 DSR 초과분을 상환하지는 않아도 된다.
상황이 이렇자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대출 상환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도 DSR 규제로 제2금융권까지 찾아가야 할 판”이라며 “집값이 내린다고 해도 아직 비싼 상황인데 대출은 점점 더 막히고 있어 내집 마련은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