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코로나 확산 외출통제에 이혼까지…"간부도 사람입니다"

by김민정 기자
2022.03.21 08:12:58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외출통제로 군 간부들과 가족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리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육군 모부대 간부로 전역 대기 중이라고 신분을 밝힌 A씨는 최근 군 제보채널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군 간부도 사람이다”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글을 게재했다.

A씨는 “저는 군대에 더 이상 뜻이 없어 곧 다가올 전역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리고 매주 주말마다 출근하는 부대별 대대장님, 주임원사님, 중대장님들과 행정보급관님을 비롯해 휴일 없이 일만 하는 간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용기 내어 글을 남긴다”고 운을 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어 그는 “간부도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지니고 임무수행 하는 사람들이다. 그 국민 속에는 가족과 가정이 속해 있기도 하다”며 “과업을 수행하고 집에만 있는 것에 대해 퇴근 후 기다리고 있을 가족과 가정이 있는 간부들은 오늘도 못난 ‘아들’ 혹은 못난 ‘아빠’가 된다”고 했다.

A씨는 타 부대 동기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늘 긍정적이고 해맑던 동기가 울면서 ‘이혼했다’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아내가 더 이상 너무 힘들어서 못 지내겠다고 했다고 한다”며 “그 동기는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던 국민 중 한 명이었다. 과한 지침이 가정을 망가뜨린 것”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휴가를 나가면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있으실 수 있겠지만 우리 대다수 간부들이 휴가에 따른 예방적 관찰로 인해 일을 못해 눈치를 보는 일이 있다”며 “전방 경계부대나 포병 부대의 대기 등을 고려한다면 더할 말도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말이 외출이지. ‘~하길 권고한다’, ‘~권장한다. 자제 바란다’ 이러한 지침이 내려오는데 누가 마음 편히 다녀오겠냐”며 “몇 개월을 나가지도 못하고 영내 숙소에 있는 후임들을 보면 더 이상 ‘조금만 더 버티자’라는 말이 나올 수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후임이 제게 ‘차라리 주말 근무가 좋은 거 같다. 방 안에만 있으면 사람 사는 구실이 안 느껴진다’ 이런 말을 꺼내는데 선임으로서 도움을 줄 수 없는 게 마음이 아파 이렇게라도 하면 조금은 알아주지 않을까 싶어 글을 쓴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휴전 중인 대한민국 속에서 항시 적과 싸워 이겨야 할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기에 이러한 지침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덕분에 몸은 아프지 않지만 반면에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도 사람이다”고 하소연했다.

끝으로 A씨는 “퇴근 후, 주말에 집에서 한숨 쉬며 ‘오늘은 뭘 해야 하루가 갈까’ 하는 영내 간부들과 ‘오늘은 뭐라고 말해야 아내와 자식들이 이해해 줄까’하는 생각을 접게끔 도와주셨으면 한다”며 “직업군인도 한 가정의 가장이자 누군가에게는 보고 싶어 하는 아들이라는 걸 모두가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