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제국'마저 넘본다…아마존, 9.4조원에 MGM 전격 인수(종합)

by김정남 기자
2021.05.27 07:28:09

아마존, 9.4조원에 영화제작사 MGM 인수
OTT ''프라임 비디오''의 콘텐츠 강화 포석
애플보다 40% 더 베팅…고평가 논란에도
프라임 회원 수 확대 등 시너지 효과 클듯
넷플릭스 잡는다…OTT 시장 주도권 경쟁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아마존이 ‘OTT 제국’마저 건설할 것인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이 헐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사 MGM을 전격 인수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프라임 비디오’에 들어갈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있는 OTT 시장의 경쟁은 더 격화할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날 84억5000만달러(약 9조4000억원)에 MGM을 인수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7년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 체인 홀푸드마켓을 137억달러에 인수한데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의 ‘빅딜’이다.

MGM은 007 시리즈 등을 만든 세계적인 영화 제작사다. 1924년 설립 이후 007 시리즈, 록키, 양들의 침묵, 터미네이터, 매드맥스 등 인기 영화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 아울러 케이블TV 채널 에픽스를 운영하면서 TV 쇼를 제작하고 있다. MGM은 2010년 파산 신청에 이어 회생 작업을 거친 뒤 매각을 추진해 왔다.

아마존이 MGM을 사들인 건 최근 밀고 있는 프라임 비디오의 콘텐츠를 늘리기 위한 것이다. 아마존은 2010년 아마존 스튜디오를 설립해 자체 드라마를 제작하며 처음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발을 들였고, 이듬해인 2011년 OTT 서비스인 프라임 비디오를 출시했다. 다만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넷플릭스 등에 밀려 있다. 이번 MGM 인수는 콘텐츠 시장의 판을 흔들 아마존의 승부수인 셈이다. 아마존 측은 “MGM의 영화 제작 역사, 4000편의 영화와 1만7000편의 TV 쇼 등으로 아마존 스튜디오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의 이번 빅딜은 말 그대로 ‘강행’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수가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 수와 관련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시너지 효과까지 감안해 80억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 아마존은 매달 13달러의 회비를 내는 프라임 회원에게 비디오 동영상 서비스와 함께 여러 쇼핑 혜택을 주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지난해 기준 전세계 2억명으로 추정된다. 또다른 인수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애플의 경우 60억달러를 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보다 40% 이상 낮은 가격이다.



프라임 비디오와 아마존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 홉킨스 아마존 수석부사장은 “이번 딜의 진정한 가치는 MGM과 다시 상상하고 개발할 보물과 같은 지식재산권(IP)에 있다”며 “더 많은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케빈 울리히 MGM 회장은 “MGM의 역사를 아마존과 일치할 수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번 빅딜로 OTT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마존이 OTT 시장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역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NBC는 “초대형 기술기업이 전통 미디어 콘텐츠업체를 사들인 첫 번째 사례”라고 소개하며 “아마존은 MGM 콘텐츠를 통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디즈니+는 출범 1년여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돌파했고,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는 OTT 강화를 위해 최근 합병을 결정했다. 전통 케이블 TV 산업이 저물고 OTT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핵심 경쟁력인 콘텐츠를 보강하고자 합종연횡이 숨 가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마존의 독점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아마존이 1998년 이후 인수한 회사는 족히 100개가 넘는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현재 전자상거래를 비롯해 클라우드 컴퓨팅, 동영상 콘텐츠 제작, 식품 체인,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CNBC는 “이번 인수는 아마존에 대한 독점 금지 우려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마존을 비롯해 주로 플랫폼 성격의 사업을 영위하는 빅테크들의 릴레이 인수합병(M&A)에 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빅딜 소식이 전해진 이날 아마존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전거래일과 비교해 0.19% 오른 주당 3265.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