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 '페티쉬' 칼럼 논란…여성변회 "부적절한 언행"

by황효원 기자
2020.12.16 00:01:55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가 미성년자 피고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듯한 칼럼을 게재한 것을 두고 한국여성변호사회(이하 여변)가 유감을 표했다.

15일 여변은 성명서를 통해 “소년재판을 담당하는 현직 판사가 부적절한 내용의 기명 칼럼을 썼다는데 유감을 표명한다”며 “판사로서 더욱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여변은 “판사가 판사석에서 성적 대상화를 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 대상이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해당 판사 A씨는 한 매체에 ‘법대에서’라는 코너에 ‘fetish(집착)’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판사는 “나의 여자 보는 눈은 고전적”이라며 “칠흑 같은 긴 생머리, 폐병이라도 걸린 듯 하얀 얼굴과 붉고 작은 입술,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린 몸”이라고 적었다.



이어 “소년 재판을 하다 보면 법정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어린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족히 25살 이상 차이 나는 그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할 말이 없다”며 “스타일은 한 눈에 들어온다. 생김은 다들 이쁘고 좋은데 스타일이 거슬린다. 짙은 화장과 염색한 머리는 그 나이의 생동감을 지워버린다”고 말했다.

A판사는 “염색도 파마도 하지 않은 긴 생머리가 이쁘다. 머리는 시원하게 넘기든지, 짧게 자르는 게 단정해 보인다. 바지, 치마 줄여 입지 마라 그렇게만 하면 정말 예뻐 보일 것 같은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 친구들은 내 눈에 예뻐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저 친구들도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을 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미고 거기에 만족하면 그것 뿐”이라며 “아무리 재판하는 판사라고 해도 그걸 뭐라고 할 수 없는 법”이라고 적었다.

A 판사는 “세상에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지만 그것은 오직 ‘나에게만’ 좋고 나쁠 뿐”이라며 “재판은 옳고 그른 것을 가릴 뿐 좋은 것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다. 소년재판도 가사재판도 모두 마찬가지”라며 “강요된 좋음은 강요하는 자의 숨겨진 페티쉬일 뿐”이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