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공시방]뭘 했길래 '상장폐지' 되나요?

by권효중 기자
2020.05.09 07:50:00

상장사로서 자격 미달할 경우 ''상폐 사유'' 발생
영업손실, 자본잠식, 불성실공시 등 상폐 전 흔적 살펴야
상폐 결정 후 정리매매는 변동성 높아 주의해야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주중(4~8일) 눈에 띄는 공시 유형 중 하나는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됐거나,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공시입니다. 에이아이비트(039230), 이노와이즈(086250), 내츄럴엔도텍(168330) 등의 회사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 회사들은 어떤 과정을 거쳤길래 상장사로서의 적격성을 심사받게 된 걸까요?

◇ 지난 7일 나온 에이아이비트(039230)의 공시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됐다고 합니다. 실제로 바로 그 전날인 6일 공시에는 에이아이비트가 불성실공시로 인해 받은 최근 1년간의 누계 벌점이 15점이 넘어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장사로서의 의무인 ‘공시’를 지키지 않아 벌점이 쌓인 것은 하나의 상장폐지를 고려할 만한 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상장폐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장폐지가 될 만한 사유가 발생한 뒤 기업심사위원회 등의 회의를 거치게 되고 회사 측도 이의제기 혹은 개선계획 등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먼저 개인 투자자가 많고, 상대적으로 상장폐지 사례가 더 많이 발생하는 코스닥 시장을 기준으로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규정은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를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는 △법원의 파산선고나 부도 △최근 사업연도 5개년 연속 영업손실 △2년 연속 매출액 30억원 미만 △제출한 감사보고서의 ‘부적정’이나 ‘의견거절’ △최근 사업연도말 완전 자본잠식 △최근 1년간 불성실공시 벌점 15점 이상 등이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곧바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 ‘관리종목 지정’이 먼저 이뤄져 거래소에서 이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에게도 공시해 알립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상장사들은 통상 한 번의 이벤트나 실적 쇼크로 발목잡히지는 않습니다. 수년째 계속해서 적자 상태거나 이 때문에 자본잠식이 나타나기도 하고요, 횡령이나 배임 등의 악성 공시도 단골 메뉴입니다. 또 대주주 지분 담보 대출이나 단기차입금 증가 등 회사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어려움은 공시를 통해 눈치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이아이비트 역시 지난 공시를 뒤져보면 지난 3월 제출한 감사보고서가 감사인의 ‘의견거절’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상장사로서 마땅히 공개해야 하는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가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할 만한 충분한 자료를 회계법인에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처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기업을 정말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릴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그 후 실제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면 15영업일 이내에 상장폐지 여부나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해당 기간 기업은 개선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고, 이 경우는 제출한 일로부터 20영업일 내에 심사를 받게 됩니다.

개선기간이 부여되면 개선기간을 마친 후 다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고, 상장폐지에 해당하는 경우 코스닥시장위원회는 다시 심의와 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물론 이 기간에도 기업은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통상 최장 2년 정도가 걸릴 수 있는 이 기간에는 거래가 정지됩니다.

◇ 지난주 시장을 보면 상장폐지의 기로에서 운명이 갈린 상장사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상장폐지 문턱에서 살아 돌아오는 경우 다시 예전처럼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되지만 최종적으로 상장폐지가 결정된다면 마지막 7일간의 정리매매 기간을 거친 후 주식 시장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에게 전통주로 친숙한 국순당(043650)은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기사회생에 성공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최종 제외 결정이 나온 후 지난 4일부터 거래가 재개됐습니다. 앞서 이 회사는 최근 5년 이상 영업손실로 인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해 지난 2월 10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였습니다.

같은 날 리드(197210)는 최종 상장폐지가 결정돼 정리매매에 들어간 경우입니다. 리드는 지난해 12월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인해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지정됐습니다. 그 후 개선계획서와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지난 3월 30일 결국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상장폐지를 의결했습니다. 상장폐지 후의 정리매매 기간은 가격제한폭 없이 주가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리드는 거래재개 첫날 무려 69.46%가 하락했다가 다음날 26.09%가 오르고, 또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변동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 기간을 노린 투자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상장사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상장폐지, 상장사의 지위를 잃어버리는 회사에게도 치명적이지만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항상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기존 공시, 최소한의 영업이익과 매출액 추이 등을 보면서 항상 상황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