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광고도 고객이 원하는 걸 보여야 하는 시대 왔다”
by이윤화 기자
2020.03.11 06:30:00
임재현 HS애드 플랫폼 사업부 상무 인터뷰
온라인 유통 채널 마케팅 관점 중요도 높아져
SNS·유튜브 등 채널 별 콘텐츠 모두 달라야
| 임재현 HS애드 디지털 사업부문 플랫폼 사업부장(상무). (사진=HS애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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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화 기자]“앞으로도 모든 광고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모두가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데이터를 보는 눈과 기본 지식은 필요하죠.”
임재현(46) HS애드 플랫폼 사업부 상무는 광고업계에서 20여 년 동안 종사한 광고전문가로 HS애드에서 지난 2018년 신설한 플랫폼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HS애드는 LG그룹의 광고 계열사로, 국내 광고업계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곳이다.
임 상무는 이커머스 마케팅을 관리하는 온라인스토어매니지먼트(OSM) 팀장에서 사업국장을 건너뛰고 올해 초 상무로 승진했다. 그는 온라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광고의 비중과 중요도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데이터 분석 능력’과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을 갖춘 인재들만이 차세대 광고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 상무가 이끌고 있는 플랫폼 사업부는 LG그룹의 화두인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광고와 접목,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유튜브·SNS·홈페이지·이커머스 페이지 등 각 채널에 최적화한 콘텐츠를 만들고 연구하는 곳이다.
TV·신문 등 올드미디어의 광고를 주로 담당하던 광고회사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OSM 초기만 해도 LG전자나 HS애드 사내에도 전문 인력이 별로 없었다. 광고회사에서 광고만 잘 만들면 되지 왜 이커머스 채널 분석까지 해야 하느냐는 일각의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말단 사원부터 담당 상무까지 매주 회의하고 시장 동향을 분석해 리포트를 공유하는 식으로 팀의 방향성을 만들어 갔다. 팀장이었던 임 상무를 포함해 총 3명이 10개월 동안 미국 아마존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한 것이 첫 파일럿 테스트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OSM팀의 가능성이 보였다. 첫 달 8대가 팔리던 상품이 10개월 뒤에는 한 달에 250대씩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총 마케팅 비용은 1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기존 광고 제작비용과 비교하면 ‘거의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은 수준’이다.
비결은 고객 관점에 맞춘 ‘콘텐츠 최적화 작업’이었다. 방영하면 끝인 TV 광고와 달리, 디지털 마케팅은 판매량·고객 수 등 매일 업데이트 되는 데이터에 맞춰 제품 판매 페이지를 개선했다.
올해부터는 아마존 채널에 약 100만 달러(12억원) 이상을 투입해 광고 규모를 늘리고, 영국·인도 등으로 시장 범위도 넓힐 계획이다. 팀 규모도 17명으로 늘었다. CJ몰·H몰·인터파크 등 이커머스 쪽에서 데이터 분석·마케팅 등 실무를 담당하던 인재들을 채용했다.
디지털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LG전자 홈페이지와 쿠팡·11번가·티몬 등 이커머스 채널, 유튜브,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 게재되는 광고 내용은 모두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임 상무는 ‘같은 상품인데 왜 콘텐츠가 달라야 하느냐’는 질문에 고객들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불편한 부분 혹은 고충)를 알면 광고를 ‘정보’로 인식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미 고객들이 구글보다 아마존에서 제품 정보를 검색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과거 광고회사에서 하지 않았던 고객 데이터 관리나 이커머스 환경 연구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면서 “모든 온라인 채널은 고객과의 첫 접점이다. 각 채널의 특성과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채널별 콘텐츠 차별화는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LG전자 홈페이지에 접속한 고객은 제품의 사양부터 특징 등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A~Z까지 모든 정보를 나열해도 되고, 2~3분의 비교적 긴 동영상 콘텐츠도 적합하다. 하지만 이커머스 채널로 접속한 고객들은 ‘제품을 싸게 사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기 때문에 맨 위에 가격과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를 요약해서 노출하고, 동영상 콘텐츠도 30초 내외로 짧게 만들어 붙여야 한다. 또 인스타그램은 타인에게 자랑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사용하면 어떨지 상상할 수 있도록 제품의 효과나 우수성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유튜브 광고는 재미를 위해 접속하는 사람이 많아 ‘B급 감성’이 잘 먹힌다. 트위터는 텍스트 기반인 만큼 명랑하면서도 직관적인 광고 문구가 중요하다. 실제로 러시아 내에서 직관적인 광고를 펼친 결과 온라인 몰 고객 유입 비율이 6배나 증가했다.
그는 “과거 TV나 신문 광고에서는 주로 광고주가 원하는 부분을 강조했지만, 디지털 마케팅뿐만 아니라 모든 마케팅이 데이터 기반으로 이뤄지는 지금은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보여줘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1974년 서울생 △2000년 중앙대 광고홍보학 학사, 2009년 연세대 광고학 석사 △2003년 HS애드 온라인 마케팅팀 입사 △2011년~2016년 중국법인 IMC 팀장 △2018년~2019년 OSM팀장 △2020년 1월~ 플랫폼 사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