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동의 타임머신]이재용 부회장, 설 명절엔 어디로?

by양희동 기자
2020.01.25 08:08:45

2014년 설 이후 꾸준한 명절 해외 경영 행보
지난해 설엔 중국, 추석엔 사우디 찾아
올 설 연휴에도 ''미래먹거리'' 사업 챙길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9월 추석 연휴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메트로 현장에 방문한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설과 추석 등 우리 고유의 명절에는 온 국민이 귀성길에 오르는 민족 대이동이 이뤄집니다. 각 기업에서도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잠시 업무에서 벗어나 고향을 찾아 가족·친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주요 기업 총수들은 이 시기 사업 현장을 찾아 명절에도 일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신사업을 구상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명절 때마다 현장 경영을 이어와 이번 설엔 어디를 찾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명절에 방문한 곳이나 만난 인물은 향후 삼성그룹의 사업 방향과 맥이 닿아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삼성물산(028260)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이 부회장이 삼성 관계사의 해외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명절에 해외 건설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목적과 함께 중동에서의 추가 수주를 염두에 둔 행보였습니다.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는 도심 전역에 지하철 6개 노선, 총 168km를 건설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광역 대중교통 사업으로 2013년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Abdullah Bin Abdul Aziz) 전 국왕의 왕명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올해 완공 예정인 이 프로젝트는 삼성물산과 FCC(스페인), Alstom(프랑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6개 노선 중 3개 노선의 시공을 맡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의 방문 직후 삼성그룹은 그해 10월 사우디 사막 한복판에 ‘엔터테인먼트 중심지’을 짓는 복합단지 개발 사업인 ‘키디야(Qiddiya)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습니다. 인프라 건설에만 9조원을 투입하는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가 총 7000억달러(약 816조원)를 들여 추진하는 국가 경제 개조 사업 ‘비전 2030’의 일환입니다. 삼성물산은 프로젝트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1조원 대 스포츠 콤플렉스 건설 작업을 시작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이 부회장의 명절 해외 현장 경영은 2014년부터 시작됐습니다. 그해 설 연휴에 그는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 이동통신사 등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 시기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보유한 구글, 시스템통합업체 시스코 등과 향후 10년간 포괄적 특허 공유 계약을 맺으며 특허 분쟁의 소지를 없앴습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설 연휴에도 미국을 찾아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협업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또 그해 추석엔 인도로 출장을 떠나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접견하고 인도시장 확대를 모색했고 이후 뉴델리 인근 노이다 휴대전화 공장 건설로 이어졌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2017~2018년엔 명절 경영 행보에 나서지 못했던 이 부회장은 2018년 추석 연휴 직전인 그해 9월 18~20일엔 2박 3일간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일정에 경제인으로 동행한 이 부회장은 평양에서 리용남 내각부총리를 만나는 등 별도 일정도 가졌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업황이 악화됐던 지난해 설 연휴엔 이 부회장은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돌아보고 현지 반도체 사업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설 명절에도 해외 출장을 떠난다면 올 들어 새해 첫 경영 행보가 될 전망입니다.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될 2020년 이 부회장의 첫 행선지를 통해 올 한해 삼성그룹이 추진할 신사업을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4년 설 : 미국 출장 (미국 이동통신사 미팅)

-2016년 설 : 미국 출장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미팅)

-2016년 추석 : 인도 출장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접견)

-2019년 설 : 중국 출장 (중국 반도체 사업 점검)

-2019년 추석 :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메트로 프로젝트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