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가는 휴게소③] 중앙고속도로 숨은 보물과 힐링 쉼터 ‘단양팔경휴게소’
by강경록 기자
2019.09.12 06:00: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른 추석 연휴가 겹친 9월은 초가을 나들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달이다. 한층 선선해진 기운도 여행을 떠나고픈 마음을 부추긴다. 강원도 춘천과 부산 사상구를 잇는 중앙고속도로는 강원도와 충청도, 경북 내륙 지방을 여행하는 데 유용하다. 험준한 산악 지형 때문에 터널과 교량이 많지만, 산과 산이 겹쳐진 수려한 경관을 옆에 두고 달릴 수 있다. 중앙고속도로 노선에 있는 여러 휴게소 가운데 단양팔경휴게소는 자연 가득한 주변 환경과 볼거리, 먹거리로 쉼터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국보금 보물 숨어 있는 상행선 휴게소
단양팔경휴게소는 2001년에 문을 열었다. 원래 단양휴게소였는데 최근 명칭을 바꿨다. 상행선과 하행선 양방향에 휴게소가 있으며, 규모는 작지만 초목이 둘러싼 자연환경과 쉬어 가기에 필요한 편의 시설을 모두 갖췄다. 한식·양식·분식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과 편의점, 특산품 판매장을 비롯해 수유실과 가족 화장실, 비즈니스·관광 안내 존 등 각종 시설이 빠짐없이 들어섰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주차장은 햇빛과 비를 막아줘 이용하기 편하다. 전기차충전소는 기본이고, 주유소도 휘발유와 경유, LPG 차량 모두 이용 가능하다. 하행선(부산 방향) 휴게소는 카카오페이와 제로페이도 사용할 수 있다.
단양팔경휴게소는 양방향이 서로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상행선(춘천 방향) 휴게소는 단양 IC를 지나 3~4분 거리에 위치한다. 놀랍게도 이곳에는 국보급 보물이 숨어 있다. 휴게소 건물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단양 신라 적성비(국보 198호)와 단양 적성(사적 265호)을 만난다. 신라 적성비는 진흥왕이 단양 일대 고구려 영토를 차지한 뒤, 공을 세운 인물들을 치하하며 세웠다. 당시 축성된 단양 적성은 둘레가 약 900m에 이르는 산성이지만, 지금은 안쪽 성벽 일부만 남았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내려오면 남한강 물길이 이어진 충주호 전망이 보상처럼 뒤따른다. 가벼운 마음으로 휴게소에 들렀다가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별빛테마공원은 야간에 빛나는 또 다른 보물이다. 밤하늘에 무수히 쏟아지는 별빛이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하며, 망원경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먹거리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이곳 별미인 마늘왕돈가스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크기도, 맛도 엄지가 척 올라간다.
◇야생화 가득한 ‘하행선 휴게소’
하행선(부산 방향) 휴게소는 북단양 IC를 지나면 금세 닿는다. 여느 휴게소와 달리 진입로가 긴 편이라, 호젓한 산길을 드라이브하는 느낌이다. 산 중턱에 올라와서인지 공기가 맑고 개운하다. 이곳에선 여유롭게 쉬었다 가기를 권한다. 직원들이 오랜 시간 정성껏 가꿔온 야생화테마공원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생화테마공원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다. 장승과 솟대, 미니 풍차, 물레방아 등 아기자기하게 꾸민 산책로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려견을 위한 작은 놀이터도 있다. 차 안에 갇혀 있던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기 좋다. 곳곳에 세워진 원두막은 전시용이 아니다. 원두막 안내판에 적힌 전화번호로 음식을 주문하면 휴게소 식당과 매장에서 곧바로 배달해준다. 자연 속에서 가족과 둘러앉아 맛있는 식사를 즐겨보자.
대표 메뉴인 단양마늘수제떡갈비는 한국도로공사 충북본부가 선정한 휴게소 명품 음식이다. 유명 음식점을 직접 찾아다니며 레서피를 만들었는데, 단양 육쪽마늘을 아낌없이 넣어 영양 만점이다. 달콤하고 고소해 누구나 좋아하며, 특히 1인 메뉴로 가성비가 높다. 알찬 볼거리와 먹거리 덕분에 무심코 들어선 발걸음에 힐링 에너지가 가득 찬다.
◇도담삼봉·만천하스카이워크 등 볼거리 많은 단양
여유가 있다면 고속도로를 벗어나 잠시 단양 유람에 나서도 좋다. 단양 도담삼봉(명승 44호)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단양팔경이다.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한가운데 솟아난 세 봉우리가 독특한데다, 물 위에 비친 모습이 데칼코마니 그림처럼 정교하고 아름답다. 장군봉을 중심으로 첩봉과 처봉이 양옆에 있으며, 장군봉에 들어앉은 삼도정(三嶋亭)이 눈길을 끈다. 조선 시대에 처음 세웠으나 이후 모두 훼철되거나 유실되고, 1976년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신축한 정자가 지금에 이른다.
도담삼봉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자신의 호를 ‘삼봉(三峰)’이라 지었을 만큼 도담삼봉을 아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다. 원래 강원도 정선에 있던 삼봉산이 홍수에 떠내려와 도담삼봉이 됐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퇴계 이황을 비롯해 수많은 선비와 묵객이 도담삼봉을 노래하고 그리고 시로 읊었다. 도담삼봉에서 5분쯤 걸어가면 단양 석문(명승 45호)이 보인다. 거대한 바위 가운데 타원형 구멍이 뚫린 듯한 형상으로, 바위 주변에 수풀이 무성해 더욱 신비롭다. 구멍 너머로 보이는 마을 풍경이 동화 같다.
만천하스카이워크는 단양군 일대를 병풍처럼 둘러싼 백두대간 명산과 산자락을 굽이쳐 흐르는 단양강(남한강의 지류)의 절경을 두루 감상하는 곳이다. 사방이 뚫린 나선형 길을 따라 높이 80m에 이르는 만학천봉전망대에 오르면 소백산과 금수산, 월악산 등 명망 높은 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솔솔 불어오는 산바람에 맑고 청량한 기운이 가득하다.
단양강 쪽 세 갈래로 뻗은 유리 바닥에 올라서면 아찔함이 더한다. 조심스레 한 발씩 내딛는 걸음이 두렵고도 설렌다. 유리 바닥 끝에 이르면 그야말로 만천하를 얻은 듯 가슴이 두근거린다. 더욱 짜릿한 스릴을 느끼고 싶다면 전망대 아래 있는 짚와이어를 이용해보자. 모노레일을 타고 숲 속을 달리는 알파인코스터도 흥미진진하다.
단양강 암벽에 조성한 잔도는 색다른 체험과 낭만을 선사한다. 절벽을 따라 나무 데크 산책로가 1km 남짓 이어진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과 더불어 느릿한 걸음으로 길을 나서보자. 말간 수채화 같은 풍경이 마음에 평안을 안겨준다.
◇여행메모
△여행 코스= 단양팔경휴게소(춘천 방향)→단양 도담삼봉→단양 석문(상행선), 단양팔경휴게소(부산 방향)→만천하스카이워크→단양강 잔도(하행선)
△가는길= 중앙고속도로 상행선은 단양 IC에서 4.92km→단양팔경휴게소(춘천 방향), 중앙고속도로 하행선은 북단양 IC에서 3.44km→단양팔경휴게소(부산 방향)
△먹거리= 단양읍 삼봉로 다원은 마늘떡갈비가, 영춘면 남천계곡로 영상강가든은 마늘상황오리백숙이, 단양읍 별곡10길의 자연식당은 마늘더덕주물럭이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단양 고수동굴, 단양 온달산성, 온달오픈세트장, 단양 사인암, 단양 구담봉,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다누리아쿠아리움, 수양개빛터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