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공들이는 은행]①"오픈 플랫폼 열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 제공"

by김범준 기자
2019.02.13 06:00:00

한동환 KB금융 디지털혁신총괄(CDIO)
5년차 접어든 ''KB이노베이션허브''
네이버 등 외부 전문가 대거 채용
62개 스타트업과 79건 사업 제휴
선발 기업에 총 134억원 지분투자
플라이하이·센드버드 등 육성 성과

중국 샤오미, 미국 우버·에어비앤비 등 이미 기업가치가 100억달러(10조원)을 넘어선 글로벌 ‘데카콘(Decacorn)’ 스타트업들이 생태계를 리딩하면서 국내에서도 이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KB·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은행들도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들마다 어떻게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는지 담당 임원들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살펴본다.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KB금융과 육성 스타트업이 긴밀한 사업제휴·투자를 바탕으로 서로 윈윈(win-win)하는 상생모델이 ‘KB이노베이션허브’의 핵심입니다.”

한동환(54)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총괄(CDIO) 겸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전무는 12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KB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KB이노베이션허브’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KB금융은 정부의 핀테크(FinTech) 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방침에 발맞춰 2015년 3월 금융권 최초로 기술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KB핀테크HUB센터’를 열었다. 개설 약 5개월 뒤인 같은 해 8월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 개발 스타트업 ‘지오라인’을 최초 ‘KB스타터스’로 지정하고 육성에 들어갔다. KB스타터스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보안·인증,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기술 분야에서 KB금융과 함께 혁신적 서비스 창출에 도전하는 기술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용어다.

한 전무가 2017년초 담당 총괄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오면서 명칭을 ‘KB Innovation HUB’(KB이노베이션허브)로 변경하고 같은 해 8월 스타트업 전용 입주공간을 옛 서울 명동 국민은행 본사 부속건물에서 강남구 신논현역 바로 앞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Fastfive) 내 200평 규모로 확장 이전했다. 네이버 등 외부 전문가들을 대거 센터 운영 인력으로 채용하는 등 문화적 변화도 꾀했다.

한 전무는 “스타트업들이 선호하는 강남지역으로 둥지를 옮김으로써 KB금융이 먼저 이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고 제대로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이라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KB이노베이션허브 운영에 대해 직접 보고를 받는 등 특별한 관심과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Fastfive) 내 약 200평 규모로 마련된 ‘KB Innovation HUB’(KB이노베이션허브) 전경. (사진=KB금융지주 제공)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든 KB이노베이션허브는 현재까지 62개 스타트업이 KB스타터즈로 지정돼 인연을 맺었다. 선정 기준은 기술 혁신성, 사업 성장성, KB와 제휴 가능성 등이다. 선발된 이들 62개 기업들엔 KB금융과 총 79건의 사업제휴와 134억원의 지분투자가 이뤄졌다.



한 전무는 △공공기관 데이터 확인·전송 프로세스 자동화를 이끈 ‘플라이하이’ △모바일·웹 메시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센드버드’ △인공지능(AI) 기반 금융데이터 분석·예측 플랫폼 ‘애자일소다’ 등을 주요 육성 성공 사례로 꼽았다.

‘플라이하이’는 2017년 9월 27번째 KB스타터즈로 지정, 온라인·모바일 등 비대면 상품 가입 시 고객 제출 서류 및 신분증 진위확인 프로세스 자동화 서비스를 구축해 KB증권·KB손해보험 등 KB금융그룹 계열사 등과 11건의 사업제휴를 이뤘다.

‘센드버드’는 2016년 5월 10번째 KB스타터즈로 지정, 보안이 강화된 고객 간 채팅 솔루션을 통해 KB금융과 함께 ‘리브똑똑(Liiv TalkTalk)’을 출범시켰다. 리브똑똑은 메신저 창에서 간단한 문자 또는 음성 명령어로 각종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고 지인들과 대화도나눌 수 있는 차세대 대화형 뱅킹 앱(App)이다. 센드버드는 KB금융과 협업 이후 미국 투자사 샤스타벤처스로부터 170억원의 투자유치를 받고 미 실리콘밸리로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한 전무는 “리브똑똑의 경우 KB금융에서 독자적으로 했으면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들었을텐데, 센드버드와 협업을 통해 약 3개월만에 효율적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KB금융은 고객 유입 확대 등 효과를 얻고 센드버드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성과를 내며 ‘윈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KB이노베이션허브는 이밖에 성장 단계별 투자·대출 연계, 비즈니스 연계를 위한 개념검증(PoC)과 기술 멘토링, IR피칭 지원 및 벤처캐피탈(VC) 연계 지원, 전용공간 제공 및 시설이용 등 초기 창업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비금융 서비스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특히 신용보증기금·KPMG삼정회계법인·본투글로벌 등 10개 자문 파트너스를 통해 융자, 해외진출, 정부사업 참여, 법률, 인력채용 마케팅·홍보 등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우선 분야에 대한 전문 컨설팅도 이뤄진다. 물론 전부 무상지원으로 이뤄진다.

한 전무는 KB이노베이션허브의 차별점과 미래 지향점에 대해 “스타트업들이 원하는 공간 제공, 디지털·IT 환경 조성, 확실한 투자 연결 등 크게 3가지 지향성을 추구한다”며 “특히 최근 선보인 클라우드 기반 오픈 플랫폼 ‘클레온(CLAYON)’을 올 상반기 중 활성화해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융·결합해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완벽한 ‘만남의 장(場)’을 마련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