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녹색바람' 일으킨 녹색당...2020년 원내진출 가능할까

by김기덕 기자
2018.06.16 06:00:00

서울시장 선거, 정의당 후보 누르고 4위 올라
제주에서도 한국당 후보 꺽어 ‘신선한 바람’
여성·환경문제 부각에 관심 “선거비용 등 한계도”

제7회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한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공식선거운동 기간인 이달 5일 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당의 여성정치발전비 유용의혹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보수의 몰락으로 평가받는 6·13지방선거에서 주목받은 이슈가 하나 또 있다. 바로 ‘깜짝 녹색바람’이다. 절대 다수가 아닌 사회적 약자인 소수를 위한 ‘페미니즘 정치’를 첫번째 정책 공약으로 내걸고 선거에 나서, 서울과 제주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성적표를 받아들인 것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대표들이 잇따라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과연 2020년 총선에서 원내진출이 가능할 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3일 지방선거 개표 결과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신지예 녹색당 후보는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를 1200여표 차로 앞서는 8만2874표(득표율 1.6%)를 얻어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국회에서 의석수가 한 곳도 없어 당초 주요 정당이 참여하는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에 나서는 못한 점 등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정의당은 국회 의석수가 현재 6석이다.

또 제주지사 선거에 뛰어든 고은영 제주지사 후보는 3.5%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3위에 오르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제주지사 선거 최초 여성인데다 젊은 나이, 이주민 출신 등을 감안하면 예상외였다는 평가다. 올해 만 29세인 허승규 후보도 보수텃밭인 경북 안동에서 시의원 선거에 나서 16.5% 지지를 얻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녹색당의 성과는 한국 사회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 실질적인 여성 권리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더욱이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이 차선으로 야권 소수정당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지혜 후보는 “여성 문제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등 시민들의 삶에 직결된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줄기차게 강조했다”며 “앞으로도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위해 계속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은 2020년 총선에서 원내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쉽진 않은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에서도 총 32명 후보가 출마했지만 단 한명의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한국당 심판론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던 만큼 일부 소수정당으로 표가 분산됐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선거법상 기탁금 등 선거운동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정당이 거의 없는데다 선거연령 하향, 비례대표성을 강화한 선거구제 개편도 결국 거대 정당이 열쇠를 손에 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2년 창당한 녹색당은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이 0.48%에 그쳐 정당법에 따라 등록 취소됐다. 결국 ’녹색당 더하기‘로 당명을 바꿔 재창당해야 했지만 해당 정당법 조항이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원래 당명인 녹색당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