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②근대(近代)로의 시간여행…앤틱한 홍두당의 '맛과 멋'

by이성기 기자
2018.05.02 06:00:00

영화 ''모던 보이'' 연상케 하는 클래식한 매장
OB·YB팀 신구 조화 이룬 제빵 부서 ''환상 호흡''

근대골목도나스 서울 용산역사점에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홍두당)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지난 24일 ‘근대골목도나스’ 1호점인 서울 용산역사점에 들어서니 두 가지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샹들리에와 클래식한 분위기의 가구 등 매장 인테리어가 타임머신을 타고 근대(近代)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매장 직원들은 영화 ‘모던 보이’의 남녀 주인공인 박해일과 김혜수처럼 화이트 셔츠에 화이트 페도라로 한껏 멋을 낸 모습이었다.

세련된 카페 음악 대신 일제강점기 망국의 한이 서린 ‘황성 옛터’나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을 노래한 ‘목포의 눈물’ 같은 옛날 대중가요와 1930년대에 유행했던 경쾌한 스윙재즈의 선율이 매장 안을 가득 메웠다. 산울림과 구창모, 심수봉 등 ‘7080 가수’들의 노래는 차라리 최신곡에 가까웠다. 마치 근대 시절 경성이나 대구 도심의 ‘살롱’(다방)에 있는 듯 착각이 들 정도. 이런 분위기 덕분인지 매장을 찾은 손님들 중에는 50~60대 이상 중장년층이 절반 정도나 됐다.

정성휘 홍두당 대표는 “브랜드의 핵심 콘셉트인 ‘근대’ 스토리가 고객에게 잘 전달되도록 매장 인테리어와 직원 복장, 음악 등 공감각적인 매장 연출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매장 분위기만 색다른 건 아니다.

홍두당의 제빵 부서인 ‘제조관리부’는 OB팀과 YB팀으로 구성돼 있다. 주로 다른 제빵 브랜드 매장에서 근무했거나 동네 빵집 오너 출신인 50대 중반 이상의 ‘OB팀’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YB팀’은 역할을 나눠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 옛날 도나스나 꽈배기 등 50대 이상의 세대를 겨냥한 클래식 메뉴 개발이 OB팀의 몫이라면, 2030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트렌디한 메뉴는 YB팀의 몫이다.



이들은 매월 한 차례 본사에 모여 각자 구상한 메뉴에 대한 시식 및 품평회를 진행한다. 품평 등 논의 결과에 따라 각 팀이 구상한 메뉴를 조합한 메뉴를 내놓기도 한다. 신메뉴 후보로 채택되면 대구근대골목단팥빵 본점에서 수개월 간 테스트를 거친 뒤 고객 반응에 따라 정식 메뉴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근대골목단팥빵의 대표 제품들. 왼쪽부터 생크림 단팥빵, 녹차 생크림 단팥빵, 모단 단팥빵. (사진=홍두당)
제빵 부서를 포함해 모든 임직원이 정년이 없는 ‘무(無)정년 근무’를 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임직원 중에서는 본사 OB팀에서 근무하는 70대 중반의 ‘노신사’도 있다. 제빵사로 일하다 만두·찐빵 공장 등을 거쳐 은퇴한 권모(74)씨가 그 주인공. 소일거리를 위해 지난해 4월 홍두당에 정직원으로 입사한 그는 현재 홍두당 모든 베이커리 메뉴의 ‘반죽’을 담당하고 있다.

정 대표는 “글로벌 베이커리 시장을 겨냥하지만 기본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 텔링형’ 브랜드”라며 “‘내공’이 다른 OB팀은 제품에 지나온 시절의 색과 향을 입히는 주연”이라고 강조했다.

근대골목단팥빵을 지역 먹거리 관광 상품으로 키워낸 정 대표는 “신구 조화로 근대골목도나스를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구매 리스트에 오르는 ‘K베이커리’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