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대리점 알바 갑질, '400만원 배상해야 하나?'

by박태진 기자
2018.01.09 07:00:00

강제노동 유발로 근로기준법 위법
사업주 손해배상청구 가능… 입증이 문제

(사진=남양유업)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남양유업의 한 대리점이 우유배달을 그만두는 대학생에게 월급의 10배가 넘는 배상금을 요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계약기간 이전에 우유배달을 그만두게 된 알바생에게 후임자를 찾지 못하면 400만원의 돈을 물어내라고 한 사건이다. 사건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애초 근로계약서 자체가 불법이라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억울해도 배상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대학생 A(23)씨는 지난해 10월 남양유업 한 대리점에서 우유배달을 시작했다. 이후 한 기업의 인턴으로 합격한 A씨는 대리점주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점주는 후임자를 구하지 못하면 배달 가구당 5만원씩 배상해라고 요구했다. 근로계약서에 ‘후임자에게 인계하지 못하면 배달 가구당 5만원씩 배상한다’는 항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A씨가 배달하는 곳은 80가구로, 배상금은 총 400만원에 이른다. A씨는 어렵게 후임자를 구해 배상금을 물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A씨가 후임자를 구하지 못했다면 400만원을 모두 물어내야 했을까. 근로계약서상 위법 여부에 대한 궁금증을 고용노동부 관계자, 노무사들과 함께 질의응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A. 불법이다.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에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약금 및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경우 근로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노동을 유발 및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에 배상 금액을 정해놓는 경우 대부분 법 위반 소지가 높다.

또 이번 사례는 근로기준법 제7조(강제 근로의 금지)에도 해당된다. 이 조항은 사용자가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생이 고의로 손해를 미쳤다는 명확한 근거 없이 아르바이트생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또 계약내용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강제근로 금지나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부분을 침해했다고 생각할 때 사업주의 월급 10배 청구 주장은 매우 부당해 보인다.

A. 정부에서는 대리점에서 손실을 본 만큼은 배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노무사들의 의견은 다르다. 노무사들은 가구당 5만원씩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과다한지, 과소한지는 법원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설명한다. 이는 근로기준법보다는 민법의 영역에 해당한다.

A. 아니다. 근로자들은 한 회사에 다니다가 다른 기업으로 이직한다.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에 따라 자신이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다. 노동법상에서도 한 기업에서 억지로 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 한 회사만 다니게 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억누르는 꼴이 된다. 아르바이트생도 마찬가지다. 아르바이트생은 오히려 더 유연한 근무를 보장해줘야 한다.

A. 대리점주는 먼저 아르바이트생이 고의나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점을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

A. 잘못된 해석이다. 우유배달원은 사업주로서 자신의 경영책임 아래 이익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대리점주의 지시 및 감독에 따라 움직이는 근로자로 봐야 한다. 작업의 내용이나 근무시간의 결정권이 대리점주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