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활성화한다더니…" 찬밥 신세 전락한 '코넥스' IPO 반토막
by정수영 기자
2017.11.10 07:00:47
신규상장 기업 23개로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
테슬라요건 상장, 세제혜택에 코스닥 직행
정부 벤처시장 살리겠다며 코넥스는 찬밥 취급
전문투자자시장으로 시작한 코넥스의 한계
거래소, 코넥스시장 활성화 방안 등 대책검토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정부도 관심이 없는데 투자자금이 제대로 들어오겠습니까? 거래량도 갈수록 줄어드니 형성된 가격에 대한 신뢰도 떨어집니다. 차라리 회사를 좀 더 키워 코스닥시장에 직접 상장하는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초기 벤처기업들 사이에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생 벤처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해야 할 코넥스시장에 대한 관심은 제쳐두고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넥스시장은 올 들어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넥스시장의 상장수는 152개, 시가총액은 8일 기준 4조4099억원으로 1년 전 4조9250억원보다 줄었다. 지난해 중반까지만해도 5조원을 넘어섰지만 이후 감소하는 모습이다. 올해 일 평균 거래대금도 13억9200만원으로 지난해 24억6600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량한 코넥스 종목들이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뒤 추가로 신규 상장하는 기업이 줄어든데다 유통도 잘 안된 결과”라며 “시장 초기에는 우량 벤처기업이 코넥스시장으로 진입했지만 최근에 바로 코스닥으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장 후 거래가 부진하면서 신규 상장 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 올해 코넥스시장 신규상장 법인은 9일 기준 23개사로 지난해 연간 상장수 50개의 절반 수주에 머물고 있다. 이는 코넥스시장을 개설한 2013년 이후 최소 규모다. 현재 심사가 진행중인 신청 기업도 없어 사실상 지난해 상장 규모를 따라가긴 역부족이다.
올 들어 코스닥시장은 테슬라요건 상장제도를 만들어 기업이익이 마이너스여도 성장성만 있으면 상장이 가능하게 했다. 코넥스 시장 자체가 기업의 재무적, 가시적 성과보다 향후 성장가능성을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벤처기업들로서는 코넥스를 거치지 않고 코스닥으로 직접 상장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도 우려스런 부분이다. 코넥스시장은 신생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특수성으로 인해 투자위험이 다소 높아 시장참여자를 위험감내 능력을 보유한 투자자로 제한하고 있어 일반 소액 개인투자자 참여는 제한적이다. 코넥스 종목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는 1억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예탁해야 한다. 그렇지만 올 들어 벤처투자업계 등이 100억원치, 외국인은 27억원치, 연기금과 국가·지자체도 2억원치를 내다팔았다.
특히 코넥스시장 상장법인의 상장주식 대부분을 최대주주를 비롯한 일부 주주가 보유하고 있어 유통이 제대로 안되는 구조적 문제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보유 비중은 평균 53.89%다. 여기에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와 자사주까지 합하면 평균 67.90%로 실제 유통 가능한 주식은 32% 수준에 머물고 있다.
거래소는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과 별개로 코넥스시장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시장의 성격이 코스닥과 다른데다 일반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도 한계가 있어 뾰족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지헌 코넥스시장부장은 “코넥스 시장 자체가 전문투자자 위주의 투자시장으로 출발하다보니 거래활성화라는 측면에선 보완해야 할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시장을 어떤 방법으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으로 다각도로 방향을 검토한 후 대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연채 코스닥매매제도 팀장은 “코스닥 활성화 방안으로 나오는 대책들도 코넥스 시장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신규상장기업에 법인세를 이연해주는 사업손실준비금제도의 경우 코스닥뿐 아니라 코넥스도 함께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군호 코넥스협회장은 “코넥스시장은 종목별 시가총액이 얼마 안돼 조금만 사도 지분이 4%를 넘어 대주주가 된다”며 “대주주 양도소득세 강화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코넥스시장을 떠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또 “1억원에 이르는 기본예탁금을 낮춰 거래가 늘어나도록 하고, 분·반기 보고서를 제출해 기업분석 등 코넥스기업에 대한 정보제공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최대주주에 몰려 있는 지분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코스피나 코스닥과 달리 코넥스는 지분분산을 요구하지 않다보니 최대주주가 100% 발행주식을 전량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며 “이들이 자발적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거래로 인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