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 떳떳하면 탄핵심판정에 서라
by논설 위원
2017.01.27 06:00:00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진상 규명과 신속 판결이란 서로 상충되는 목표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박한철 헌재소장의 탄핵심판 일정 제시와 박 대통령이 인터넷방송 인터뷰에서 내세운 ‘최순실 게이트 기획설’ 주장이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벌써 몇 달째 나라꼴이 말이 아닌 만큼 탄핵정국을 하루빨리 끝내야 마땅하나 사실 관계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채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박 소장은 그제 탄핵심판 제9차 공개변론에서 “늦어도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심판 일정에 대한 헌재의 첫 공개 입장으로, 헌재 결원이 2명이나 생긴 상태에서 심판이 강행되면 심리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다. 헌재 판결은 정원(9명)의 3분의 2(6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므로 박 소장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이 특정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정규재 TV 캡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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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안이 대통령 탄핵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헌재 판결의 핵심 요소는 재판부의 구성 상태보다는 사건의 진상에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이 심리 진행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변호인단 총사퇴를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도 그래서다. 어떤 이유에서든 퇴임을 앞둔 헌재소장이 판결 시한을 제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박 대통령이 ‘게이트 기획설’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을 심판 지연 전략으로 보는 게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탄핵 피청구인에게도 방어권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마약설’, ‘굿판설’, ‘밀회설’, ‘친자설’ 등의 의혹에 대해 “어마어마한 거짓말”, “나라 품격이 떨어지는 이야기” 등의 강한 표현으로 전면 부인한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기업들에 대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와 최씨의 국정농단 등 검찰과 특검 수사 및 헌재 심리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난 사안들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잘못인 양 두루뭉수리 넘어가려는 것은 진실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탄핵소추 이후 첫 언론 인터뷰가 인터넷방송이란 사실도 대통령의 품격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떳떳하다면 탄핵심판정에 나와서 할 말을 하는 게 순리다. 박 대통령은 탄핵정국의 조속한 마무리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의 뜻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