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 은평뉴타운은 딴세상…잇단 호재에 집값 '꿋꿋'
by박태진 기자
2016.12.27 06:00:00
서울 부동산시장 침체 속 ''나홀로 활기''
카톨릭대병원, GTX연신내역 예정…생활편의시설 개선 후 호가 올라
''박석 힐스'' 84㎡ 두달새 2000만원↑
신규 공급 적어 전셋값도 상승세 지속
''센트레빌'' 84㎡한달새 7000만원 뛰어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 2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일대. 1번 출구에서 나오자 길 건너편에 부지면적 3만 3000여㎡(약 1만평), 연면적 16만㎡(4만 8000여평) 규모의 초대형 복합상업시설 ‘롯데몰’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평일 오후인데도 이 쇼핑몰로 오고가는 차량들로 주차장 출·입구는 크게 붐볐다. 롯데몰 건너편에는 대로변을 따라 3층 이상의 대형 근린상가들이 들어서 있고 1,2층에는 편의점·음식점·병원·은행 등 다양한 업종의 점포가 입점해 있었다.
아파트 매매·전세시장도 활기를 띄었다. 아파트 단지내 상가에 들어선 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아파트 매매 및 전세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이 일대 중개업소를 돌며 발품을 파는 40~50대 주부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서울지역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서도 강한 뒷심을 발휘하며 ‘나홀로’ 집값 상승세를 이어가는 곳이 있다. 바로 은평뉴타운이다. 그동안 상업시설이 부족해 저평가됐던 이곳은 최근 대형 쇼핑시설을 비롯한 생활편의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주변 아파트값이 꿈틀거리고 있다. 여기에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개원(2018년 5월 예정)과 경기도 일산~동탄 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연신내역 개통(2022년) 소식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진관동 N부동산 관계자는 “겨울 비수기에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국내 정세 불안으로 주택시장이 주춤한 편이라고 하지만 이곳에선 딴 세상 얘기”라고 말했다.
사업 진행이 더디고 미분양이 넘치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일대 은평뉴타운(대지면적 349만 2638㎡)이 내년 지구 조성 완료를 앞두고 ‘몸값’을 높이고 있다. 모두 1만 6172가구가 들어서는데 ‘은평지웰테라스’(내년 6월) 등 4개 단지를 제외하곤 이미 1만 5000여 가구가 입주한 상태다. 뉴타운 개발사업이 마무리 단계로 이르자 이곳 단지 내 상가는 공실(빈 점포)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다. 게다가 대형쇼핑몰과 병원 등 생활편의시설이 골고루 갖춰지면서 주거 환경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개발 호재는 또 있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바로 옆에 서울시 소방학교와 서울소방재난본부 등으로 이뤄지는 서울소방행정타운 건립(2018년 5월 예정)도 확정되면서 이 지역 집값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19~23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하락했다. 하지만 은평구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0.03% 올랐다. 은평구 내 은평뉴타운 아파트 단지들이 시세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114 측의 분석이다. 실제로 은평구 진관동 ‘박석고개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면적 84㎡형은 지난 10월 6억 1000만원 선에 거래됐으나 이달 현재 6억 3000만원대에 매물로 나와 있다. ‘상림롯데캐슬’ 전용 84㎡형 매매 호가는 6억원 선으로 두 달 전 거래가보다 3000만원 가량 올랐다.
은평뉴타운에선 전셋값도 상승세다. 아파트 전셋값 주간 변동률을 보면 지난 23일 기준 서울은 전체 0.02% 오르는 데 그쳤지만 은평구는 0.09% 뛰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전세 수요가 줄고 있는 서울의 경우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난 곳과 노후 아파트가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은평구 전세시장은 정반대 모습이다. 은평뉴타운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는 늘고 있지만 2008년부터 입주한 아파트가 대부분인 데다 신규 공급 물량도 적다 보니 은평구 일대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진관동 ‘마고정동부센트레빌3단지’ 전용 84㎡형은 지난달까지 4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으나 이달 현재 4억 7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W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찾는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없어 거래는 뜸하다”고 전했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은평뉴타운 집값은 생활편의시설 확충 호재로 인해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자보다는 실수요 위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은평뉴타운은 쾌적한 환경에다 롯데몰 개점과 병원 개원 등 생활편의시설 개선으로 주거가치가 상승하고 있지만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이 떨어져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