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키워드]힘빠진 브렉시트, 살아난 美제조업

by이정훈 기자
2016.07.04 07:25:46

역사적으로 뚜렷한 동행성을 보여왔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ISM 제조업지수가 올해에도 연초 이후 동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마켓포인트 데이터 인용)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이쯤 되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 공포는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까지 정치적, 경제적 후폭풍이 우려되곤 있지만 지난주 내내 이어진 반등랠리 덕에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나 국내 코스피지수 등은 이미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니 말이다.

사실 이제 와서 냉정하게 복기해보면 이번 브렉시트 악재는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한 것이었다.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이머징마켓 증시는 크게 5차례의 대규모 투매양상을 경험한 바 있다. 2013년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향후 양적완화(QE) 축소 일정을 처음 공개한 이후 나타난 긴축발작기(taper tantrum)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불안에 떨었던 지난 2014년 가을, 또 중국 경제 불안에 흔들렸던 2015년 하반기와 올초까지, 이렇게 네 차례 투매기에 이머징마켓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지수 기준으로 평균 10% 추락했고 이머징 통화가치는 4% 정도 하락했다. 그러나 이번 브렉시트 우려기에는 지수가 3.5%, 통화가치가 2.5% 하락하는데 그쳤고 이마저도 1주일이 채 안돼 거의 다 회복했다.



이제 관심은 브렉시트 악재가 사라진 이후 시장은 어떤 모습일지에 쏠리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주말 발표된 6월중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53.2를 기록하면서 5월(51.3)보다 크게 반등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49.5를 기록한 이후 지수가 넉 달 연속으로 기준치인 50선을 넘어서면서 제조업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역사적으로 ISM 제조업지수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S&P500지수와 가장 밀접하게 연동하는 지표로, 이 지수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미국 경제와 증시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자체 전망모델인 `GDP NOW`를 통해 추정하는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지난 1일 현재 2.6%에 이르고 있다.

아울러 이번주 후반인 8일에 발표되는 미국 노동부의 6월 고용지표도 5월 쇼크를 씻어낼 정도로 양호할 전망이다. 현재 월가에서는 버라이즌 파업 충격이 사라지면서 비농업 취업자수가 18만명 증가하면서 5월의 3만8000명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일 공개되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브렉시트 우려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을 늦춰야 한다는 6월 회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정책위원들은 미국 경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와 진단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당장 7월에야 금리 인상이 어려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연내 인상이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은 지나친 감이 있다.

국내에서도 7일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어닝시즌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1분기 때보다는 양호한 상황이다. 증시 반등 기운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서서히 추격 매수에 대한 부담감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실적 위주로 매수종목을 압축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