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재은 기자
2013.02.20 08:15: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국영건설사는 절대 안 된다. 특정 건설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
이같은 정부방침에 따라 결국 시공능력 13위의 쌍용건설(012650)은 워크아웃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아이러니하게 오는 22일로 다가온 부실채권정리기금 청산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1997년 111조원을 웃돌던 부실채권정리기금 규모는 자산매각, 경영권 M&A 등을 통해 현재 10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캠코는 오는 22일 1조5000억~1조6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정부에 반환한다. 현물반환중 굵직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19%로 1조2000억원선이다. 현금반환 규모는 3600억~3700억원으로 크지 않다.
문제가 됐던 쌍용건설은 정부의 주장대로 출연기관들이 비율대로 정부지분 38.75%를 나눠 인수한다. 정부가 대주주로서 역할을 방기한다는 불만이 쏟아지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이같은 쌍용건설 처리방안을 확정지었다.
시장에서는 쌍용건설이 저 정도로 망가질 건설사는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과연 산업은행의 관리하에 있었어도 저런 비운의 결과를 맞이했을까 하고 말이다.
크레디트 업계에서는 쌍용건설에 부담을 주는 부실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3000억~4000억원 가량의 자금 지원 혹은 원활한 차환만 이뤄졌어도 이런 결말은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쌍용건설이 상당기간 ‘BBB+’ 신용등급을 유지한데는 정부가 대주주인 이상 적기에 유동성 차환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암묵적 기대 때문이었다고 한다. 현재 쌍용건설은 투자 부적격인 ‘B-’ 투기등급이다.
크레디트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에 1조원의 유동성도 공급하는데, (산은이 관리했다면) 쌍용건설에 3000억~4000억원을 공급하거나 롤오버(차환)해주는 게 문제였겠냐”며 “결국 정부보다는 은행 관리하에 들어가야 적기에 유동성 공급 등 재무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불행 중 다행은 현물반환된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대주주가 산업은행(지분 31.2%)으로 산은이 매각추진 등 위탁운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산은 밑에 들어갔으면 살았을 회사가 캠코 밑으로 가서 저 지경이 됐다”는 금융, 크레디트 전문가들의 평가를 정부는 찬찬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