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건설 원전 경쟁력 `글로벌 No1`

by문영재 기자
2009.12.27 19:16:00

72년 국내원전 착공이래 37년만의 쾌거
"향후 예정된 요르단, 터키, 우크라이나 수주전서 유리한 고지 선점"

[이데일리 문영재기자] 한전컨소시엄이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 프로젝트를 따내자 국내 건설사들이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현대건설(000720)이 지난 1971년 국내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착공한 지 38년만에 원전 첫 해외수출이라는 숙원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2000억원 규모의 요르단 실험용(연구용) 원자로(JRTR) 건설사업을 수주해 원자력 연구개발 50년만에 처음으로 원자력시스템을 일괄수출한 데 이은 또 하나의 낭보인 셈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특히 이번 사업에 대해 `한국형` 원전의 첫 수출이라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원전 수주를 발판으로 향후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프랑스와 일본, 미국, 러시아 등 원전 선진국들과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글로벌 원전시장은 프랑스와 일본 등 일부 원전 선진국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UAE 원전수주는 국내 기술력이 이미 글로벌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수주를 바탕으로 UAE원전 3, 4호기는 물론 향후 예정된 요르단과 터키, 우크라이나 원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UAE 원전프로젝트에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이 시공을 맡고 두산중공업이 부품을 납품할 예정이다.

▲ 현대건설·삼성건설 원전 수주실적 현황(자료 : 각 업체)
국내 건설사들의 원전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전성과 가동률(고장률), 경제성 면에서도 뛰어나다.

현대건설(000720)은 지난 1972년 국내 첫 원전인 고리원자력 1호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내 운영 중인 20기의 원전 가운데 12기를 성공적으로 건설하며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철저한 공기준수와 효과적 건설 관리로 완벽한 품질의 원전을 자랑한다. 현대건설은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원자력 1, 2호기의 대표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고 특히 국내에선 유일하게 가압경수로(PWR)와 가압중수로(PHWR)를 모두 다뤄본 노하우를 갖고 있다.
 
원전시장의 후발주자인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은 울진 원전 5, 6호기를 건설하면서 원전탱크 시공용접 최초로 FCAW 방식을 적용하는 등 탁월한 원전 건설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건설은 현재 신월성 원전 1, 2호기와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을 잇따라 수주해 성공적으로 시공하고 있으며  특히 신월성 원전 1, 2호기의 경우 선진공법의 적용을 통한 공사기간 단축 등을 통해 해외 원전시장 개척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034020)은 국내 원전의 주요설비를 독점적으로 납품해 오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년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원전 기자재를 공급했던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단조 소재를 자체적으로 공급할 역량도 갖추고 있다.

국내 대형사 한 관계자는 "40년 가까이되는 국내 원전기술력은 오랫동안의 기술축적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 신월성 원전 2호기를 건설하고 있는 삼성건설은 원자로 건물 내부의 철판 공사에 동시에 3개의 철판 모듈을 인양해 조립하는 공법을 개발, 현장에 적용했다.(삼성건설 제공)

이번 UAE원전 수주는 입찰이 임박한 신울진 1,2호기 수주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향후 입찰에서 현대건설과 삼성건설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4차례나 신울진 1, 2호기 입찰을 실시했지만 적격업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입찰 업체를 선정하지 못한 것은 입찰에 참여한 4개 컨소시엄 모두 공종별로 써낸 가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신울진 원전 1, 2호기 건설공사에는 대우건설(047040)(포스코(005490)건설,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삼성건설(금호산업(002990)), 현대건설(GS건설(006360), SK(003600)건설), 대림산업(000210)(삼환기업(000360), 경남기업(000800)) 등 4개 컨소시엄이 참여하고 있다.
 
신울진 원전 1, 2호기는 오는 2016년 말까지 6조2981억원을 들여 울진군 북면 덕천리 일원에 가압경수로형(APR1400) 1400㎿급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글로벌 원전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고 있다. 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국이 앞다퉈 원전을 지으면서 원전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20년간 글로벌시장에서 모두 700개의 원전이 가동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430여기가 가동중인 것을 감안하면 300기 정도가 더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원전이 2030년까지 지금보다 300기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에너지기구(NEA)는 2030년 이후 원전 건설에 가속도가 붙어 2050년쯤 1400기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만 52기이고 계획이 잡힌 원전은 66기로 알려져 있다.

원전시장은 규모도 막대하다. 원전 건설비는 1기당 3조원에 달한다. 업계는 글로벌원전 시장규모는 300기가 더 지어질 2030년까지 900조원, 2050년까지 29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