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공방`..靑·政 팽팽한 기싸움

by조용만 기자
2004.03.07 14:58:05

靑 "사과못해"..야권 "당위론 우세속 현실적 애로 감안"

[edaily 조용만기자] 야권의 대통령 탄핵추진에 청와대가 정면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탄핵발의를 앞두고 여야간 기싸움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야권은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을 경우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당위론을 앞세우고 있지만 탄핵발의에 따른 현실적 애로를 감안, 부작용이나 역풍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는 6일 수석회의를 통해 탄핵추진을 `부당한 정치적 횡포`라고 규정, 국방·외교 등 대통령 권한 행사에 대한 실무검토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7일에도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이번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표명 여부에 대해 "전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사과 가능성을 일축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당내 경제 및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들을 통해 `정략적 탄핵은 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뜨리고, 외교안보 기틀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며 탄핵반대 선전전에 나섰다. 김재홍 선진국프로젝트 추진단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탄핵은, 국제사회에서 국가신용도와 국가위신의 추락을 초래, 수십년 공들어 쌓아 온 국가신뢰를 무너뜨린다"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국가신용도 하락은 곧바로 우리 기업들이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는 투자자금의 이자율 등귀를 초래합니다"면서 "더구나 평화유지의 마지막 보루인 국군 통수권은 하루라도 정지되거나 약화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재건 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탄핵안 논의는 정치공세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정짓고 "국정혼란을 야기하여 지금껏 쌓아올린 대북관계는 물론이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마저 수포로 만들 수 있으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동영 의장도 이날 오전 전북도지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를 생각할 때 야당이 탄핵정국으로 몰아가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등 야권은 선거법 위반에 이은 대통령의 초법적 행태, 측근비리 연루 가능성 등을 이유로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8일부터는 탄핵 절차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압박의 공세를 높였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대통령이 법을 정면으로 어기고 선관위가 이를 경고하자,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초헌법적이고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자세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탄핵은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에서 7일까지 대통령의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8일 탄핵안을 제출한다는 당론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도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현재 2야(野)의 역학구도상 탄핵안 발의가 이뤄져도 국회 통과를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인데다, 탄핵시 국정혼선에 대한 책임논란이 야권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271명 의원중 18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나라당(146석)과 민주당(47석)을 합치면 193명이 되지만 야권내 반대의견이 적지 않은데다 공천탈락 및 불출마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높아 정족수를 채우기가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무소속 일부와의 협조 등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는 문제가 있어 시기조정의 여지가 있다"며 탄핵발의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도 "민주당이 달음박치듯 나아가고 있지만 원내과반수인 한나라당의 운신은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고려하는 신중함이 배어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해 역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8일 상임운영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열어 탄핵발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