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를 배에 싣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파도타기]
by권효중 기자
2024.08.10 09:00:00
전기차·배터리 화재 빈발…물동량 늘어나며 대응 필요
배에 싣는 전기차 충전율 50%로 제한, 운항중 충전 금지
제주도·울릉도 등 장거리 여객선부터 진압 장비 보급
여객선사 가이드라인 수준…"향후 법제화 검토할 것"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최근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예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 역시 카페리나 화물선에 실려 해상 운송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해양수산부는 배 위에서의 화재를 막기 위해 충전율을 제한하고, 운송 중에는 충전을 금지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 여객선 등에 실린 전기차와 배터리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충전율을 50%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수부에 따르면 국내 선박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화재 사고가 아직 일어난 적은 없다. 해외에서는 자동차 운반선 펠리시티 에이스 호, 프리멘틀 하이웨이 호 등이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로 추정되는 사고로 인해 침몰하거나 수천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은 경우가 있었다.
다만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운송은 물론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 물동량을 배로 싣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관련 사고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9년 약 4만3000t이었던 전기차 물동량은 지난해 25만톤을 넘겨 6배 가량 늘어났고, 리튬 배터리 물동량도 같은 기간 2배 넘게 증가했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율을 제한하는 것은 충전율이 완충(100%)에 가까울수록 화재가 전이되는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충전율이 낮으면 화재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퍼져 비상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해수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제주도 및 울릉도 등 관광객들이 많은 장거리 여객선에 충전율 권고기준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여객선 운항 중 화재 예방을 위해 전기차 등 배터리를 갖춘 이동수단의 충전을 금지하도록 하고, 배터리 부근에 사고 이력이 있는 전기차는 선적을 제한하는 방침도 여객선사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수·출입 컨테이너에 실리는 배터리도 국제해상위험물규칙에 따라 포장 및 적재 등의 안전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이러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선적 제한은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아직까지 법적으로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연안여객선 운영규정을 개정해 대부분 여객선사들이 이를 따르고 있고, 여객선사가 운송조항에 이러한 내용을 넣으면 여객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제화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수용성과 인식 등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어 향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수부는 연안 여객선을 중심으로 전기차 화재 진압에 필요한 전용 장비인 질식 소화포, 상방향 물 분사장치 등을 순차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올해는 제주도와 울릉도 여객선 약 10척에 우선 보급하고, 내년에는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00여척에 추가 보급한다. 이외 합동훈련을 정기화해 대응 역량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