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로봇 경쟁 치열해진다

by김응열 기자
2023.01.05 07:37:53

삼성전자, 로봇기업 지분투자…기술 교류 속도
로봇 신사업 점찍은 삼성…제품 출시 기대감
LG도 로봇 ‘클로이’ 국내외 공급…입지 구축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가전시장에서 대적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로봇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삼성전자가 로봇 기업에 지분투자를 하면서 기술 교류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LG전자는 이미 시장에 내놓은 로봇 ‘LG 클로이’ 공급을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협동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에 59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보통주 약 194만주를 유상증자하기로 했으며 삼성전자가 이를 사들인다. 주당 발행가액은 3만4000원이고,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 삼성전자는 이 기업의 지분 10.3%를 보유하게 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 2족 보행 로봇 ‘휴보’.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2011년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가 설립한 회사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인간형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했다. 주력 제품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협동로봇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투자를 통해 삼성전자와 레인보우로보틱스간 기술 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삼성전자로선 우군을 얻은 셈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 개발 능력이 높아, 삼성에서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 로봇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며 “단순 협동로봇뿐 아니라 2족·4족 보행로봇, 기타 가정용 로봇 등 로봇 분야 전방위에서 기술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이 로봇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LG전자와의 경쟁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두 회사는 모두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투자와 시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젬스 힙’을 착용한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초 로봇사업화 TF를 꾸린 뒤 지난해 이 조직을 로봇 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라며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은 아직 로봇을 시장에 출시하지 않았으나 그간 CES 등 전시회에서 각종 제품을 소개하며 기대감을 높여왔다. 가사 로봇 ‘삼성봇 핸디’를 비롯해 △음식 서빙 로봇 ‘삼성봇 서빙’ △고객 응대 로봇 ‘삼성봇 가이드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 힙’ 등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기술 교류가 로봇 제품 출시를 앞당기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미 로봇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자사를 대표하는 서비스 로봇 클로이를 지난 2018년 론칭했고 국내와 해외 곳곳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선 CJ대한통운(000120)의 물류창고에서 대량의 물건을 목적지로 운반하는 ‘클로이 캐리봇’을 공급했고 연세대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과 학교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일본에선 프랜차이즈 식당 ‘아지노민게이’와 대형 쇼핑몰 이온몰 토키점 및 나리타지점에 클로이 가이드봇을 공급했다. 미국에서도 최대 통신사 AT&T 본사를 비롯해 식당과 마트 등에서 클로이를 공급 중이다.

LG 클로이 가이드봇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과 장애물 회피를 기반으로 일본 대형 쇼핑몰 곳곳을 돌아다니며 방문객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의 클로이 해외 진출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LG전자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는 로봇사업담당 산하에 해외영업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로봇 사업의 해외 판로 개척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로봇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시장 영향력이미미하다”면서도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면,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두 회사의 대결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